[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검찰이 그룹 계열사를 통해 개인회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기소된 이해욱 DL그룹 회장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대림산업과 글래드호텔앤리조트 등에는 벌금 1억원 선고를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김준혁 판사는 13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의 결심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대림산업이 자사 호텔 글래드(GLAD) 상표권을 이 회장과 아들이 지분 100%를 가진 에이플러스디(APD)에 넘기고, 자회사 오라관광이 브랜드 수수료를 내게 해 이 회장 일가가 수익을 챙기게 했다는 공소사실을 유죄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호텔 브랜드 사용 계약 당사자인 오라관광과 APD 공시자료에 의하면 2015년부터 2026년까지 합계 253억원의 브랜드 사용료를 내게 돼 있다"며 "2017년 5월 APD 내부 문건에는 '호텔 개발과 운영을 위한 자체 역량 부족', '잠정적으로 호텔 사업 중단' 등이 적혀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특히 쟁점인 '사업기회 제공' 여부가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법은 회사가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하게 줘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는데, 자회사가 역량 없는 신생 회사 APD에 브랜드 사용료를 내는 식으로 이 회장 아들 경영권 승계를 도왔다는 논리를 폈다.
이 회장 측은 APD의 글래드 브랜드 사업은 사업기회 제공 행위가 아니고, 브랜드 수수료 지급도 상당히 유리한 조건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에 지시·관여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
변호인은 "공소사실에는 대림산업이 아파트 브랜드(e편한세상) 사업 경험이 있어 호텔 사업에 여지가 있다고 하지만, 아파트는 장기적인 주거공간을 찾는 고객이 목표이고 호텔은 단기 숙박 서비스"라며 "대림산업에 현존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사업 기회가 아니고, 이를 추진할 만한 상당한 개연성도 없었다"고 말했다.
APD가 디자인회사 JOH와 개별 계약을 맺어 글래드 이름과 로고를 만들었는데, 대림은 여기에 관여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최고 경영진들은 오너나 개인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이 회장의 선고공판은 27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9년 5월 DL그룹이 자사 호텔 브랜드 글래드(GLAD) 상표권을 이 회장 부자의 회사 에이플러스디(APD)에 넘기고 자회사 오라관광(현 글래드호텔앤리조트)이 브랜드 수수료를 내게 해 회장 일가가 수익을 챙겼다며 이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APD는 2010년 이 회장과 아들이 각각 55%와 45% 지분으로 출자한 법인이다. 오라관광이 2016년~2018년 APD에 지급한 수수료는 31억원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대림산업에 과징금 4억300만원, 오라관광에 7억3300만원, APD에 1억6900만원을 부과했다.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를 받는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이 지난해 8월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