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새나 기자] 도쿄올림픽이 ‘코로나 올림픽’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올림픽 선수단과 대회 관계자들 사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일본이 긴급사태 선언 속 올림픽 개최를 강행하면서 전 세계적인 감염 확산의 고리가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한 유력 매체는 '도쿄올림픽이 완전한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는 진단까지 내놨다.
1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현재까진 완전한 실패로 보인다"며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하면서 "일본 국민의 올림픽에 대한 '열기'가 이젠 '적의'로 바뀌어 있다고 표현했다.
올림픽 개막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정작 개최국인 일본의 여론은 최악이다. 마이니치신문이 지난 17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한 결과, 도쿄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묻는 항목에서 48%가 “즐길 기분이 아니다”라고 답했고 17%는 “원래 기대하지 않았다”고 반응했다. “기대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35%에 그쳤다.
도쿄올림픽 대회 개최 도시이자 긴급사태가 발령된 도쿄도의 코로나19 확산세도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도쿄도에서는 닷새째 일일 신규 확진자가 1000명대를 기록했다. 이날 도쿄도 확진자 수는 1008명으로, 일주일 전에 비해 394명 늘어났다. 도쿄도에서는 내달 22일까지 긴급사태가 발령될 예정이다.
대회 주최측의 방역 허점도 속속 노출되고 있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대회 개막을 앞두고 이날 선수촌에 입소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축구 대표팀에서 선수 2명과 직원 1명 등 3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달 들어서만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대회 관계자와 인사 등 올림픽 관련 확진자는 총 55명에 달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공식 개막을 앞두고 21일부터 일부 경기가 시작되면서 몇몇 선수들이 코로나19 관련 문제로 경기에 결장할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일본 스가 정권이 도쿄올림픽 개최를 강행한 배경에는 정치적 목적과 더불어 포기할 경우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라는 난관을 극복하고 국제 대회를 완수했다는 평가를 바탕으로 집권 여당인 자민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면 스가 총리는 자연스레 임기연장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그러나 WP는 무관중 경기와 선수들의 격리 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올림픽이 명백하게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관중 경기로 경기 입장권을 팔지 못하게 되면서 8억달러 규모의 손실이 발생한데다, 코로나19 때문에 부수적인 관광 또한 중지됐다.
도쿄올림픽 후원사 중 최상위 그룹에 속하는 도요타도 올림픽 TV광고를 방영하지 않기로 했다. 도요타가 그간 약 2조원을 올림픽 후원금으로 쓰고도 올림픽과 거리두기를 하는 이유에 대해 나가타 준 도요타 최고홍보책임자(CCO)는 "여러가지 면에서 이해가 안되는 올림픽이 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나카노 고이치 소피아대 정치과학부 교수는 WP 인터뷰에서 "난 오랫동안 올림픽 개최를 반대해 왔고 이는 부패와 설명 부족, 국가주의와 상업주의 때문이었다"며 "대체로 일본인들은 올림픽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었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그들이 올림픽에 등을 돌렸다. 이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사진/서경덕 교수 연구팀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