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대선출마 의지를 시사하면서 정치 기득권 타파와 환골탈태를 강조하자 제3지대 세력 구축 논의가 재점화됐다. 마침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국민의힘 입당에 뜸을 들이고 있어 여권이든 야권이든 3지대 논의가 활발해진 상황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3지대 후보가 정당에 기반한 유력 주자와 대세론을 위협할 변수가 될까에 대해선 물음표를 달고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전 부총리의 지난 19일 '대한민국 금기 깨기'를 발간하는 등 대선 행보에 속도를 내지만 아직 정당에 입당할 뜻을 밝히진 않았다. 16일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났고,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경선후보도 김 전 부총리에 연대를 제안했으나 김 전 부총리는 아직 방향을 정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김 전 부총리는 오히려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치세력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환골탈태해야 한다"면서 "세력 교체에 찬성하는 분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밝히며 3지대 후보론에 무게를 싣는 모양새다.
6월20일 김동연 전 부총리가 서울 중구 명동성당 내 무료급식소 명동밥집에서 노숙인 무료급식 봉사를 하기 위해 경내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권에서 3지대 후보론이란 여야의 비주류 인사들과 군소 후보들이 결집, 소위 제3지대라고 일컬어지는 새 정치세력 구축에 나서는 것을 말한다. 그간 여권에선 본경선이 시작됐고, 이재명·이낙연 후보의 양강 구도가 뚜렷해 3지대 후보론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김 전 부총리의 출마는 여권 대선구도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부총리는 문재인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을 했기 때문에 여권 후보로 등판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는데, 이 경우 그가 꺼낼 카드는 3지대 후보론을 주창, 여권 후보와 연대하는 게 유력해서다.
야권도 윤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입당에 주저하자 3지대 후보론이 힘을 얻는다. 특히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8월 버스론'을 제안했고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조기에 국민의힘에 입당한 걸 보면 윤 전 총장은 독자 노선을 갈 가능성이 커졌다.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야권 대선후보와 단일화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17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를 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정치권은 역대 선거에서 3지대 후보가 이긴 사례가 없다며 김 전 부총리든 윤 전 총장이든 결국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반기문 전 국제연합(UN) 사무총장 사례에서 드러나듯 공고한 양당 체제에서 정당의 후방지원 없이는 각 당 유력주자의 대세론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윤 전 총장의 행보는 언제 국민의힘에 입당해 야권 전체의 지원사격을 받느냐가 관건이었다"며 "반기문, 안철수 사례처럼 3지대에서 머뭇거리면 등판 기회를 영영 잃어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장모와 아내에 관한 각종 의혹으로 인해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하락한 것도 입당 시기를 놓친 결과라는 분석이다.
한 여권 후보캠프 관계자는 "김 전 부총리가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한 인터뷰 등을 보면 여야를 통틀어 가장 공부가 된 후보 중 하나로 보인다"면서도 "민주당 경선 10월까지 연기된 마당에 내년 3월 대선까지 자기 세력을 구축해 정치적 지분을 확보하고 여권 후보와 협상할 방안을 만드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