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일본 1위 배터리 기업 파나소닉이 도요타와 협력해 내년 시장에 반값 배터리를 내놓겠다고 선포했다. 리튬·코발트 등 배터리 소재 비용을 줄여 제조 단가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한·중·일 3파전이 격화하는 가운데 파나소닉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공세에 나서면서 배터리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프라임 플래닛 에너지&솔루션(PPES)의 각형 배터리. 사진/PPES 홈페이지
21일 업계에 따르면 파나소닉과 도요타의 배터리 합작사 프라임 플래닛 에너지&솔루션(PPES)은 내년까지 배터리 가격을 절반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2025년까지 배터리 가격을 65~70% 수준으로 절감한다는 목표다.
PPES의 반값 배터리 전략은 LG에너지솔루션(분사 전
LG화학(051910))과 CATL를 겨냥한 포석이다. 양사는 현재 전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다. 고다 히로아키 PPES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라이벌인 중국과 한국을 따라잡고 추월할 것"이라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기반은 거의 다 마련됐다”고 밝혔다.
PPES는 원가 절감을 위해 배터리 가격의 60%를 차지하는 소재비용을 낮출 계획이다. 코발트 등의 함량 낮추고 배터리 셀 화학물질을 표준화해 단가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리튬이온 배터리 음극에 사용되는 코발트 함량을 줄이면 생산비용은 낮아지지만 생산 공정은 보다 복잡해진다. 즉 보다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다. PPES는 이르면 올해부터 전기차용 각형 리튬이온 배터리와 하이브리드(HEV)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앞서 파나소닉은 지난 1월 CES2021에서 향후 2~3년 내 코발트가 전혀 없는 고밀도 배터러 도입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파나소닉이 현재 테슬라에 공급하는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원통형 배터리 '2170' 내 코발트 함량은 5% 미만으로, 에너지 밀도의 경우 기존 배터리 보다 5% 높다. 이에 모델3 주행 거리 및 충전 성능도 향상됐다는 평가다.
최근 파나소닉은 테슬라 의존도를 낮추면서 배터리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올해 1분기동안 파나소닉은 2010년 이후 11년간 보유했던 테슬라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 테슬라 주가가 지난 1월 고점까지 약 9배 급등한 것을 고려했을 때 지분 매각액은 수천억 엔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을 통해 충분한 자본을 확보한 만큼 그간 소극적이었던 중대형 각형 분야에 대한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파나소닉이 한·중 배터리 기업에 공개 도전장을 내밀면서 전세계 배터리 시장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워 전기차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 중인 중국 배터리 1위 업체 CATL은 이르면 내달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공개할 예정이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가격경쟁력과 안전성이 높고 생산공정이 리튬 이온배터리와 비슷하지만, 에너지밀도가 낮은 단점이 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파나소닉이 도요타와 합자사에서 개발한 중대형 각형으로 시장 확대를 천명한 만큼 우리나라 배터리 제조사들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단기적으로 삼성SDI가 영향권에 들어가고 파우치 진영인 LG엔솔과 SK이노베이션은 중장기적으로 사업 전략에 주요 변수로 넣고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