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CJ ENM에 '명탐정 코난'을 납품해온 국내 중소기업이 "일본 요미우리TV와의 방영권 직접계약은 시장지위 남용"이라며 CJ ENM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코난 납품업체 에스에스 애니멘트(에스에스)는 지난 22일 투니버스 채널 운영사 CJ ENM에 대한 '불공정거래행위 신고서 및 서증'을 공정거래위원회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에스에스는 일본 요미우리TV와 계약을 맺고 2002년부터 '명탐정 코난' TV판을 국내에 공급해왔다. 2004년부터는 2기 방영권 계약을 맺은 투니버스에 매년 신작을 제공해왔다. 에스에스가 매해 요미우리TV와 국내 방영권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뒤 투니버스에 국내 방영권을 재판매하는 형식이다.
이 과정에서 성우진을 갖춘 투니버스가 더빙판을 방영하면, 에스에스가 요미우리TV와 국내 더빙판 VOD 사업권 계약을 새로 맺고 투니버스에는 더빙료를 지불했다. 온미디어 소속이던 투니버스가 CJ ENM 방송사업부문에 흡수된 2011년 이후에도 이 관계는 유지됐다.
그러던 중 2017년 CJ ENM이 에스에스를 제치고 요미우리TV와 코난 방영권과 더빙판 VOD 공급권을 직접 계약 했다. 올해에는 자막판 VOD 공급권도 직계약을 맺었다.
에스에스는 일본 측이 먼저 요구하지 않던 자막판 사업을 스스로 시작하며 국내 팬의 원작 수요를 충족했는데, 어렵게 일궈낸 자막판 사업마저 한순간 빼앗겨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에스에스에 따르면, 코난 방영권을 잃은 2017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4억원이 줄었다. 이듬해인 2018년에는 1억원이 더 줄었다. 시즌별로 맺은 구작 방영권 계약 기간이 끝나가면서 매출이 점차 줄었다. 자막판 VOD 사업권이 남아있던 지난해 매출에서 코난이 차지한 비중은 약 50%에 달한다고 한다.
에스에스는 기존 방영권에 자막판 VOD 사업권마저 잃으면서, 코난을 통한 연간 기대수익 약 40억원을 CJ ENM에 뺏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 방영권 계약 유지와 코로나19로 성장세인 VOD 매출 등을 합친 예상액이다.
쟁점은 CJ ENM의 요미우리TV 직계약이 에스에스 영업비밀을 이용한 부정 경쟁 행위인지 여부다.
에스에스는 영상물 계약을 위해 20년 가까이 일본을 수십차례 방문하고 주도적으로 자막판 제작을 해왔는데, CJ ENM이 계약 조건 등 영업비밀을 알고 계약 종료 시점에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해 방영권을 직계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스에스는 신고서에서 "영세 중소기업으로서 매출 대부분을 명탐정 코난에 의존해왔다"며 "원만한 공급 관계를 위해 CJ ENM의 요구를 다 받아주면서 최선을 다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20여년 키워온 자식 같은 콘텐츠를 빼앗기게 된 것으로, 현재 중소기업과의 상생, 대기업 갑질 근절에 역행한다"고 공정위의 조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공정거래법은 '부당하게 경쟁자를 배제하는 행위', '부당하게 경쟁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하거나 강제하는 행위',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에스에스는 지난 5월 내용증명을 통해 CJ ENM에 요미우리TV와의 계약 해지를 요구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CJ ENM 측은 에스에스 측 주장에 대해 "공식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
명탐정 코난. 사진/CJ ENM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