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출마한 이낙연 의원이 공공주택을 민간분양 아파트 수준으로 보급하는 내용의 주거정책을 발표했다. 공공주택 확대를 강조한 점에선 당내 경쟁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주택 의제와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 지사가 부동산시장 정상화 관점에서 기본주택을 제시한 것과 달리 이 의원은 복지개념으로 설명, 구체적인 정책의 접근법에서는 온도 차이를 보였다.
이낙연 의원은 27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내 삶을 지켜주는 주거정책' 기자회견을 열고 "적정 주거기준을 마련해 최저 주거기준을 높이고, 주거 취약계층 지원사업 등을 통해 안정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만들겠다"라면서 "중산층이 살고 싶어 하는 품질 높은 공공주택을 민간분양 아파트 수준으로 공급하겠다"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우선 공공주택에 적정 주거기준을 도입할 방침이다. 본인이 대표발의한 토지독점규제 3법을 통해 매물로 나온 택지와 유휴 토지에 공공주택을 짓고 적정 주거기준에 맞춰 설계와 시공, 마감재 처리 등 건설공정 전반의 품질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그간 공공주택은 최저가 표준건설비로 시공, 민간 건설사가 지은 주택보다 질적 수준이 떨어졌고 공공주택이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은 것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1인 가구와 신혼부부, 40대 무주택자 등이 쉽게 입주하도록 공급방식도 다양화할 예정이다. 층간소음을 개선을 위해 바닥 두께를 240㎜까지 강화하는 내용도 담았다. 가구별 면적도 △1인 가구 31.1㎡(공급면적 약 10평형) △2인 가구 52.8㎡(약 18평형) △3인 가구 61.8㎡(약 24평형) △4인 가구 76.6㎡(약 30평형) △5인 가구 90.4㎡(약 37평형) 등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1인 가구 최저 면적기준도 14㎡에서 25㎡로 늘린다. 특히 주거상향 지원사업 대상에 '지하방·옥탑방·고시원'(지옥고)을 포함, 단계적으로 지옥고를 없앨 계획이다.
이 의원은 지난 5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주거권 보장을 강조한 바 있으나 주거정책을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고품질의 공공주택을 민간분양 아파트 수준으로 공급하겠다는 건 이재명 지사의 기본주택 의제와 동일하다. 기본주택은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소득이나 자산 등 별도의 기준 없이 30년 이상 초장기 거주를 보장하는 공공 임대주택을 보급하겠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지난해 7월 "경기도 차원에서 도내 3기 신도시 주택공급 물량 중 절반을 기본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협의할 것"이라고까지 밝힌 바 있다.
주거정책을 놓고선 두 후보의 견해 차이도 엿보인다. 기본주택이 부동산투기 근절과 경제적 양극화 해소에 무게를 둔 것과 달리 이 의원은 복지개념으로 접근해서다. 이 지사는 앞서 지난 2일 대선 출마선언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투기에 대해선 세금폭탄 이상의 강력한 징벌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라면서 "공공임대 주택인 기본주택을 늘리고, 주택매입공사를 통해 주택가격 폭락을 지지하는 동시에 투기에 대한 금융·세제 부담과 거래제한으로 가격 상승을 저지하면 적정 수준에서 부동산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주거정책은 핵심 의제인 '신복지'의 세부 방안이다. 이 의원은 이날 "그간 주택정책에서 공공주택 공급은 사회경제적 약자를 돕는 데 집중하고, 중산층 주택은 시장에 맡기는 방식이었다"며 "주거복지는 정부가 책임질 영역이고, 국민들께서 안정적이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리도록 정부 책임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출마한 이낙연 의원이 27일 발표한 '내 삶을 지켜주는 주거정책'은 적정 주거기준을 마련하고 품질 높은 공공주택을 민간분양 아파트 수준으로 공급하는 게 핵심이다. 사진/뉴시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