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기본소득 공론화를 압박하고 나섰다. 기본소득 공약 발표 후 정책효과와 재원대책, 실현 가능성 등을 놓고 공세가 계속되자 "지방정부에서라도 먼저 시행하자"며 정책도입에 관한 여론전에 나선 모양새다.
이 지사는 28일 서울시 영등포구 경기도중앙협력본부에서 제1차 기본소득지방정부협의회(협의회) 정기회의를 열고 "기본소득은 기술혁명 시대에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고 시장경제를 존속하는 유일한 정책"이라며 "기본소득이 중앙정부 차원에서 시행될지 알 순 없지만, 지방정부 차원에서라도 집행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협의회는 지난해 경기도가 주최한 '2020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에서 첫발을 뗀 전국 단위 기본소득 공론화 단체다. 현재 경기도를 비롯해 울산 울주군, 광주 광산구, 충남 부여군, 경북 구미시 등 전국 80개의 지방정부가 협의회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선 △기본소득지방정부협의회 분담금 △기본소득지방정부협의회 사무국 직제 규정 △기본소득지방정부협의회 직인 규정 △기본소득지방정부협의회 예산과 회계 및 물품관리 규정 등 협의회 업무추진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4개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기본소득이 이 지사의 핵심 의제이고, 기본소득 공론화를 위해 이 지사가 협의회 결성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는 최근 제기된 기본소득 논란을 불식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22일 기본소득 공약을 발표하고 "차기 정부에서 청년에게 연 100만원, 모든 국민들에게도 연 1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놓고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이 지사가 '지방정부에서 먼저 나서자'라고 한 발언은 제도의 공론화 바람을 지방정부가 일으키자는 의도로 읽힌다.
이 지사는 이날 "노동 없는 경제, 고용 없는 성장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기술혁명 시대를 향해서 가고 있다"고 운을 뗀 후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고 시장경제를 존속할 수 있는 정책은 일정한 소비 수요를 지속시키는 기본소득 외에 방법이 없다"면서 "회원 여러분의 결단과 용기에 큰 기대와 감사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협의회 회장인 이선호 울주군수는 "기술발전에 따라 소득 양극화와 일자리 감소 등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심각한 가운데 기본소득은 미래사회 경제문제 해결의 열쇠"라며 "전국 지방정부와 함께 기본소득 정책 공론화를 노력하고, 입법화를 바라는 지방정부의 목소리를 체계적으로 담아내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28일 서울시 영등포구 경기도중앙협력본부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선호 기본소득 지방정부협의회장(울산 울주군수), 곽상욱 부회장(경기도 오산시장), 김삼호 감사(광주 광산구청장), 박정현 대변인(창남 부여군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온라인 회의 방식으로 '기본소득지방정부협의회' 정기회의가 열렸다. 사진/경기도청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