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미성년 제자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유도 국가대표 출신 왕기춘씨가 대법원에서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29일 청소년성보호법 위반(강간등) 등 혐의로 기소된 왕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 8년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
왕씨는 지난 2017년 2월 당시 17세였던 유도관 제자 A씨를 대구 수성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9년 2월부터 약 1년간 10여회에 걸쳐 당시 16세였던 유도관 제자 B씨를 차량 안에서 성폭행·성희롱하고, 자신의 집에서 성폭행하거나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1심은 왕씨의 대부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6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 8년을 명령했다. 다만 검사가 청구한 전자장치 부착 명령 청구에 대해서는 기각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유도관 스승이자 성인으로서 미성년자였던 피해자들을 선도하고 보호·감독할 법률상의 의무가 있던 자였는데도 오히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들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 성관계하거나 성관계를 시도했다가 미수에 그쳤다"며 "정서적으로 미성숙한 B씨를 상대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상태에서 성관계 등의 행위를 거듭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 범행의 죄질과 피고인의 반성 없는 태도, 피해자들과 합의하지 못한 점, 피해자들이 겪은 피해 내용을 종합하면 중형에 처할 필요성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를 당시 피해자들에게 가한 위력의 정도가 그다지 강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이전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 외에 성범죄를 포함한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이 사건으로 대한유도회로부터 삭단과 영구제명 조치를 당해 향후 지도자로서 활동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전자장치 부착 명령 청구 기각에 대해서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형 집행 종료 후 위치추적 전자장치까지 부착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정도로 피고인에게 성폭력 범죄를 다시 범할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왕씨는 1심 유죄 부분에 대한 사실오인과 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했다. 검사는 무죄 부분에 대한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양형부당과 함께 전자장치 부착 명령 청구 기각이 부당하다면서 항소했다. 하지만 2심은 이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앞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대한유도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지난해 5월 왕씨에게 영구제명과 삭단(단급을 삭제하는 조치) 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후 왕씨가 재심 신청을 하지 않으면서 해당 징계가 확정됐다.
또 이날 대법원판결에 따라 왕씨가 베이징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는 등의 성적으로 얻은 체육연금 수령 자격도 박탈된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인 복지사업 운영 규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경기력향상연구연금 수령 자격을 상실한다.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 유도 국가대표 왕기춘씨가 지난해 6월26일 오전 재판을 받기 위해 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