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남북 통신연락선이 복원되면서 북미 대화 재개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대북 유인책이 제시되고 있지 않아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북미 대화 재개 여부는 남북 협력 사업 추진 등 양측의 관계 개선 속도에 따라 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남북 협력 사업의 성과를 토대로 북한이 대외적으로 신뢰를 회복하고 이를 통해 북미 대화 재개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29일 외교가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조건 없는 대화 입장은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북한과의 대화는 계속 열려있는 입장을 내보이면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대북 유인책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대화 재개 조건에 대한 북미 간 입장 차가 큰 만큼 대화가 가시화하는데 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진전 없이 북미 간 북핵 협상을 위해 움직이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신선 복원은 남북 간 대화가 시작됐다는데 의의를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준형 국립외교원 원장은 이날 T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통신선을 복구한 뒤 남북관계 개선 그리고 북미관계를 급진전으로 본다는 것은 너무 앞서 나간 것"이라며 "미국의 입장은 한국이 북한을 설득해보고 북한이 비핵화로 움직이는 포인트를 가져다 줘야 미국이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남북관계 개선 속도에 따라 북미 대화 재개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국립외교원이 주최한 '2021 외교안보연구소 국제문제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한미가 이미 협력 의사를 표명한 바 있는 인도적 지원, 협력 등은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며 대화 여건 조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간에 선순환 구조를 복원하고 북미 대화를 재개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협력 사업 추진에 나설지, 또는 협력 사업 추진 이후 정상회담을 개최할지 등은 대북 전략에 따라 순서가 달라질 수 있지만 공통적으로 남북 관계 개선에 진전이 있어야 이를 통해 북미 대화 재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남북이 협력할 수 있는 사업으로는 이산가족 상봉, 식량 지원, 코로나19 방역 체계 구성 등 인도적 협력이 우선순위로 꼽히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교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우리가 북한에 (식량·백신을) 준다는 부분에 대해 생색내기 보다는 인도적 측면을 좀 더 고려하면서 줄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남북이 서로 통로를 열고 (협력의) 성과를 바탕으로 북미 대화로 가는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북미 대화 재개 여부는 남북의 관계 개선 속도에 따라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환호하는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