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가석방 유력...삼성, 잠잠하던 투자 속도낸다

총수 복귀로 지연됐던 미국 파운드리 공장 건립 가속 전망
구금만 풀려 해외 출장 등 완전한 경영 활동은 제약될 듯

입력 : 2021-08-02 오후 2:26:33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의 가석방이 실현하면 소강 상태였던 삼성의 투자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반도체 경쟁자 인텔, TSMC를 적극 견제해야 하는 삼성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19조6000억원)에 달하는 미국 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후보군에 텍사스 주 오스틴시를 비롯해 텍사스 주 테일러시·뉴욕주·애리조나 주 등을 넣고 여전히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당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소식이 알려진 뒤 현재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내 추가 투자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으나 지난달 19일 로이터통신은 삼성전자가 테일러시에 미국 내 두 번째 파운드리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건립 계획이 나온지 2개월이 넘었으나 구체적인 안은 나오지 않고 오히려 후보지만 총 4곳으로 늘어났다.
 
세제 혜택 등 '당근'을 더 얻기 위한 협상이 길어지고 있다는 관측과 함께 이 부회장의 부재도 걸림돌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이지만, 투자에 대한 최종 결정권자인 총수가 부재한 상황에서 20조원에 달하는 투자안을 선뜻 결정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가석방이 현실화하면 이제 장애물 하나가 사라지게 된다.
 
다만 재계에서 줄기차게 요구한 사면 대신 가석방으로 결정되면 경영 활동 등에는 다소 제약이 따를 것으로 예상한다. 가석방은 형의 면제가 아니라 구금 상태만 푸는 것을 뜻해 형 집행이 끝나는 내년 7월까지 해외 출국 제한 등의 조치가 이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재계가 가석방 대신 사면을 요구한 것은 가석방의 경우 출국 제한 등으로 인해 완전한 경영 활동 복귀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삼성을 둘러싼 파운드리 투자와 인수·합병(M&A)건이 불거지면서 총수의 부재가 그만큼 눈에 띄고 있다"며 "업무야 프로세스대로 이뤄진다지만 투자와 같은 부분의 경우 총수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재용(왼쪽에서 두 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4일 열린 경기도 평택사업장을 방문해 EUV 전용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최근 삼성의 경쟁자인 인텔과 TSMC가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만큼 더는 시간을 늦출 수 없다. 지난달 인텔은 기술 설명회를 열고 최근 TSMC와 삼성이 양분하고 있는 파운드리 시장 도전을 위한 로드맵을 공개했다. 과거 인텔은 중앙처리장치(CPU) 점유율을 독식하는 등 세계 시장을 주도해왔지만 7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이하 반도체 미세공정 전환에서 삼성전자와 TSMC에 밀렸다.
 
이에 대한 해결을 위해 인텔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매년 최소한 하나의 신형 CPU를 출시할 예정이다. 파운드리 로드맵 10년 만에 설계에 변화를 준 트랜지스터를 적용한 2나노 수준의 '20A'를 소개했고 2025년에는 1.8나노인 '18A'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삼성과 TSMC가 5나노 공정 제품을 양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인텔이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인수 금액만 300억달러(약 34조5600억원)에 이르는데 이번 기술설명회에서 인수 여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최근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1위 TSMC도 미국 애리조나, 일본 등에 신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미 3년간 1000억달러(약 112조1400억원)를 들여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 5곳을 추가로 건설하기로 하는 등 삼성 견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업계 전체 투자의 4분의1에 달하는 규모다.
 
WSJ은 1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2분기 매출 기준으로 인텔을 추월해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이 됐다고 보도했다. 메모리 반도체 원가가 낮아진 데 따른 결과다. 삼성이 당분간 매출 1위 자리를 지킬 것이라면서도 아직 승부가 끝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어떤 회사가 얼마나 많은 자금을 통해 투자할 수 있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했다. WSJ은 "삼성전자와 인텔, TSMC가 첨단 반도체 제조 시장에서 3강 체제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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