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쓰러진 목숨을 구하고 몰카·방화 등 범죄를 포착한 시민들이 지하철에서 나타났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들을 '의인'으로 지칭하고 의로운 행동을 기렸다.
서울교통공사는 올해 상반기(1~6월) 서울 지하철 1~8호선에서 승객 구조·안전 확보에 적극 나선 ‘지하철 의인’ 총 7명을 선정했다고 4일 밝혔다. 선정된 7명은 시민 백나영 씨, 오기운 씨, 오승주 씨, 윤수빈 씨, 이봉원 씨, 최현웅 씨, 황수호 씨다. 서울교통공사는 의인들이 각각 활약했던 지하철역으로 이들을 초청해 포상금과 감사패 등을 지급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지난 7월3일 새벽 3시 42분 경,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방화범이 5호선 길동역 지하 1층 대합실 개방통로를 지나가다 팔각의자에 부착된 안전띠에 불을 붙였다. 불은 안전띠 및 띠가 부착돼 있던 물통받침대만을 태우는 데 그쳤지만 불이 다른 곳으로 번졌을 경우 큰일이 발생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방화범이 붙인 불을 개방통로를 지나가다 우연히 이를 목격한 황수호 씨는 지체없이 통로 구석에 위치한 비상용 모래함에서 모래를 꺼내 이를 뿌렸다. 그 결과 화재는 무사히 진화됐고 추가 화재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이봉원 씨·오기운 씨는 지난 2월26일 9시 34분 경 응암역 승강장에서 쓰러진 중년 남성에게 역 직원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것을 목격했다. 두 의인은 역 직원을 도와 쓰러진 남성의 손과 다리를 주무르며 혈액이 순환하도록 도왔다. 덕분에 남성은 병원으로 후송된 후 무사히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백나영 씨·오승주 씨·윤수빈 씨도 지난 2월5일 19시 45분 경 3호선 양재역 승강장에서 갑자기 쓰러진 승객을 구하는 데 큰 활약을 했다. 오금 방면으로 향하는 열차를 타기 위해 승강장에 서 있던 백 씨는 근처에서 60대 남성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모습을 목격하고 지체 없이 119 및 역 직원에게 해당 사실을 알렸다.
백 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역 직원들을 보고 오 씨와 윤 씨도 직원을 도우며 쓰러진 남성을 돕기 위해 적극 나섰다. 남성은 다행히 119가 도착하기 전에 의식과 호흡을 되찾았고 이후 도착한 119의 도움을 받아 병원으로 후송되어 큰 탈 없이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
최현웅 씨는 바쁜 출근시간 대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날카로운 눈썰미로 몰카범의 범행 현장을 목격했다. 최 씨는 지난 3월26일 오전 8시 21분 경 영등포시장역 에스컬레이터에 탑승한 여성 뒤에서 카메라로 몰래 신체를 촬영하고 있던 범인을 발견했다. 이에 지체없이 역으로 전화해 이 사실을 알렸고 출동한 역 직원들과 공조해 범인을 도주하지 못하게 가로막아 경찰이 범인을 체포할 수 있도록 도왔다.
서울교통공사는 시민포상심의위원회를 매년 상·하반기에 개최하고 있다. 지하철에서 발생한 시설물 장애, 인명구호, 방화진압, 범죄대응 등 안전사고 예방에 큰 역할을 한 시민들을 의인으로 선정해 포상하고 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간 의인으로 선정된 시민은 총 12명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점차 각박해져 가는 우리 사회이지만 의인들의 따뜻한 행동을 보면 정(情)과 의(義)가 아직은 살아있음을 느낀다"며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고 지하철 안전을 지켜주신 의인들이 있어 지하철의 안전이 지켜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몰카범의 범행 현장을 목격하고 경찰이 범인을 체포할 수 있도록 도운 최현웅 씨(오른쪽 두 번째)를 의인으로 선정했다고 4일 밝혔다. 사진/서울시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