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1조1000억원대의 누적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서울교통공사가 수천억원의 예산이 드는 통합관제센터 신축을 강행하고 있다. 직원 감축, 심야 운행 감축 등 적자를 줄이기 위한 자구안을 내놓은 시점에서 통합관제센터 건립으로 인한 비용 지출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2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교통공사는 현재 2개의 관제센터를 1개로 통합하는 ‘1~9호선 지능형 SMART 통합관제센터’ 구축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2019년에 처음 추진돼 설계단계까지 진행됐다가 교통공사의 적자난으로 인해 한동안 중단됐다. 그러나 지난달 교통공사는 사업을 재개하기로 결정하고 현재 조달청과 유관기관과 공사 발주를 위한 예산 등을 협의하고 있다.
2019년 당시 이 사업의 예산은 2400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물가와 인건비 상승, 사업계획 수정 등이 반영되면 실제 사업비는 이보다 더 증액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투입되는 예산만 1300억원 수준이다. 교통공사는 예전부터 추진해오던 사업인데다 관제센터 통합은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사업을 재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이날 "그동안 관제센터가 2곳 운영되면서 비효율적인 부분이 많았다"며 "재정 여건상 사업을 계속 중단했다가 낡은 시설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재정적으로) 힘들어도 이 사업은 추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통합관제센터 사업을 재개하기로 한 결정이 서울시가 교통공사의 부채 일부를 떠앉겠다고 발표한 시점과 겹친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24일 2022년부터 2023년 9월 사이 만기가 도래하는 4530억원 상당의 도시철도공채를 넘겨 받겠다고 발표했고 이 공채는 30일에 최종 이관됐다.
공채 이관으로 교통공사의 부채비율은 이관 직후 135.46%에서 116.04%로 7000억원대의 공사채 발행이 가능해졌다. 숨통이 트인 교통공사가 통합관제센터 사업을 재개하겠다고 결정한 시점도 이 시기다.
그러나 구조조정, 심야 운행 감축 등이 여전히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통합관제센터 사업 재개는 섣부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시로부터 경영합리화 압박을 받는 교통공사가 전체 직원 1만6792명의 9.2%에 해당하는 1539명을 구조조정하는 방안을 노조에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업무 공백은 외부에 위탁하거나 심야 연장 운행을 폐지하는 방식으로 메꾼다는 것이다.
교통공사 내부에서는 이보다 더 큰 규모인 15%까지 인원을 감축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돈다. 올해 누적 적자도 1조6000억원대로 불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통합관제센터 공사로 안전을 내세웠던 교통공사가 외부에 업무를 위탁하는 것은 오히려 시민 안전 부분에서 모순이라는 비판이 그래서 제기된다.
서울시의회 송아량 의원(더불어민주당·도봉4)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게 생긴 직원이 수두룩한데 그 공백으로 기존 직원들의 노동강도가 높아지면 교통공사가 주장하는 안전에 더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며 "구조조정이나 운행 감축 등 당장 급한 문제가 산적한 상태에서 재정을 이유로 중단했던 사업을 이 시기에 굳이 강행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교통공사는 지난달 말 강원도에 직원 연수원을 짓는 사실이 알려지자 경영난인 상태라는 이유로 강한 비판을 받았고 이 사업은 현재 중단된 상태다.
22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개의 관제센터를 1개로 통합하는 사업이 6월말부터 재개됐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