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의 가석방이 확정되자 재계는 일단 다행이라는 반응이 보이면서도 그간 계속 건의해왔던 사면이 성사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분위기다.
법무부는 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석방심사위원회(심사위)를 열고 8·15 가석방 대상자 심사를 진행한 끝에 이 부회장을 포함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을 고려한 결정이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지난 1월18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재수감된 지 약 207일 만인 13일 서울구치소에서 가석방된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은 입장문을 내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경총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주요국들의 패권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를 견인하는 최대기업의 총수인 이 부회장에 대한 경영복귀가 절실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 왔다"며 "가석방 결정은 이러한 경영계의 입장과 국민적 공감대가 받아들여진 것으로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환영했다.
대한상의는 "기업의 변화와 결정 속도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이번 이 부회장의 가석방 결정으로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허용해준 점을 환영한다"며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계기로 반도체 등 전략산업 선점경쟁에서의 초격차 유지와 미래 차세대 전략산업 진출 등의 국가경제 발전에 힘써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양 단체는 가석방은 취업제한, 해외출장 제약 등 여러 부분에서 경영활동에 어려움이 있어 추후에라도 이 부회장이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행정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간 경제계는 국내 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이 부회장의 사면을 여러 차례 정부에 건의해왔다. 특히 대한상의·경총·중소기업중앙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지난 4월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와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 등으로 인해 이 부회장 사면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사면요구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재계 맏어른 격인 손 회장은 6월 김부겸 국무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세계 반도체 시장 동향을 생각할 때 지금까지 지켜왔던 우위가 깨질 수도 있어 이 부회장이 하루빨리 현장에 복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다시 한번 사면을 건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여부를 결정하는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심사위)가 열리는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간 재계가 형을 면제하는 사면을 계속 요구한 것은 구금 상태만 푸는 가석방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가석방돼도 형 집행이 끝나는 내년 7월까지 해외 출국 제한 등의 조치가 이어질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가석방의 경우 경영 활동을 하는데 출국 등의 제한 등 여러 제한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이 부회장에게 기대하는 '해외 비즈니스' 등의 업무가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삼성 입장에서 불완전한 석방이지만, 7개월 넘게 총수 부재를 겪었던 삼성의 경영 시계는 앞으로 바삐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소강상태였던 삼성의 미국 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추가 건립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삼성은 미국 내 파운드리 공장 후보군을 놓고 고심을 거듭해왔다.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설립 계획을 밝혔음에도 3개월 가까이 구체적인 청사진이 나오지 않은 것이다. 총수 없이 20조원에 달하는 투자안을 선뜻 결정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 부회장은 복귀와 함께 앞으로 다른 추가 투자 등에도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2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많은 상황이라 실행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3년 안에 의미 있는 규모의 인수합병(M&A) 실현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1월 진행한 2020년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도 3년 내 유의미한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은 M&A 후보군으로 사업 영역이나 규모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자동차 전기·전자장비(전장) 등을 포함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판단되는 다양한 분야라면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