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세연기자] 현대차가 지난달 27일 신형 아반떼를 출시하며 올해 하반기 신차 출시의 포문을 열었다.
신형 아반떼의 특징은 높은 성능과 함께 선택적으로 제공되던 옵션 사양을 기본 사양에 포함시켜 상품성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는 것이다.
고사양에 대한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켜 만족도를 최상으로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신차 발표회에서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고성능·고급사양을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에 따라 이후 출시되는 모든 차량을 고급 사양으로 전환하고 가격 경쟁력을 높여
현대차(005380)의 위상에 맞는 가격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보다 고성능·고사양의 자동차를 개발하는 대신 가격도 그만큼 올려받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업그레이드로 기본사항에 포함시킨 각종 편의사양으로 가격은 높아질 수 밖에 없고, 일부에서는 불필요한 옵션의 의무적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안전성과 편의성은 극대화되겠지만 소비자의 가격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고가논란 초래..패키지 묶음도 문제
신형 아반떼의 가격은 경제형(디럭스,럭셔리)과 고급형(프리미어, 톱)별로 각각 2개 트림별 총 4개 모델로 구분해 최소 1340만원에서 최고 1890만원으로 책정됐다.
◇ 아반떼 1.6 GDI 가격
<자료 = 현대자동차>
현대차측은 이전 모델인 아반떼 HD의 출고가격이 1140만원에서 1845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경제형의 가격은 다소 높아졌지만, 200만원 상당의 업그레이드된 사양을 감안하면 전체적으로 최소 50만원 정도만 가격이 올라, 실질적으로 값이 낮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톱 모델에 스마트팩(100만원 상당) 등 풀 옵션을 적용한 가격을 비교하면 오히려 신형 아반떼는 2200만원대로 이전 아반떼 최고사양 풀옵션 모델(1916만원) 보다 300만원 가량 비싸다.
가장 저렴한 기본형(1340만원)도 현대차가 자랑하는 차체자세제어장치인 안전사양(VDC)과 자동변속기 등을 선택하면 차량 가격이 1680만원까지 껑충 뛰어 오른다.
안전성을 이유로 에어백 등 일부 옵션을 기본화하며 가격을 올렸지만, 실제 필요한 기능은 여전히 옵션사양으로 판매되고 있고, 선호가 많은 일부 사양은 스마트팩으로 묶어 판매하고 있다.
◇ 선진국 '다이어트' vs. 한국 '비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완성차 업계의 가격 올리기 정책에 대해 일종의 담합 형태가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기본사양으로 회귀하고 엔진사이즈도 줄이며 한단계씩 낮춰 가지만 한국은 반대로 나아가는 모습"이라며, 한국의 고급화 추세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 팀장은 "복잡한 가격구조를 가진 독과점 시장에서 현대차가 가격을 올리면 경쟁업체도 연쇄적으로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어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갈 수 밖에 없다"며 "일종의 가격 담합의 형태로 변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옵션의 기본화로 원가절감에 나선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부품을 일괄구매하기보다 트림 축소로 생산라인을 단순화해 비용을 줄여나가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조건 풀옵션을 선호하는 소비트랜드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업계의 고사양 고가격 정책은 선진국과는 다른 모습으로 사지 않아도 되는 물건을 끼워파는 형태"라며 "소비자 선택의 몫을 분명히 남겨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임 대표는 "소비자들의 과도한 할부의존도와 풀옵션 지향주의가 업계의 과도한 가격정책을 이끄는 원인"이라며 "선진화된 소비의식으로 전환이 선행돼야 업계의 이런 관행이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급 사양을 원하는 소비자 트렌드를 존중한다는 업계 의견도 타당하지만, 소비자 가격부담이 높아지는 만큼 옵션 선택을 좀 더 다양화할 수 있는 가격 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뉴스토마토 김세연 기자 ehous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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