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비씨카드의 실적을 떠받치던 매입업무 수익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동안 결제 프로세싱 대행을 맡겼던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또는 다른 업체와 제휴를 추진하면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비씨카드의 상반기 매출액은 1조746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730억원으로 6.7% 신장했다. 상반기 비씨카드 실적이 상승한 것은 코로나19 영향에서 회복되며 매입액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소비심리가 개선되면서 매입액이 늘었지만 앞으로의 전망이 밝은 것은 아니다. 향후 매입업무 수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매입업무는 가맹점 전표 매입, 정산 등을 수행하는 작업이다. 현재 비씨카드는 이 업무를 신한·국민·우리·농협카드, SC제일은행, 기업은행, 씨티은행, 대구은행, 경남은행 등 40여개사와 제휴를 맺고 대행해 수익을 얻고 있다.
최근 매입업무 수익이 악화될 것으로 점쳐지는 것은 제휴사의 이탈이 가시화되고 있어서다. 전북은행은 최근 국민카드와 매입업무 대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며 비씨카드와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다. 우리카드 역시 자체적으로 매입업무 처리를 검토 중이다. 대행 수수료를 줄이고 그 혜택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자체망 활용을 활성화한 신한·국민·농협카드 등은 자체 카드 발급에 집중하고 있다. 예컨대 이벤트 혜택 제공 대상에 자체 결제망 발급 카드만을 한정해 사용을 유도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매입업무 수익이 위축될 여지가 커지는 가운데 의존도는 반대로 심화하면서 실적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 기준 전체 영업실적에서 매입업무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87.9%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0.5%p 높아졌다. 2019년과 비교하면 약 1%p 더 상승했다.
상황이 이렇자 비씨카드는 매입액을 확대하기 위해 자체 카드 발행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에는 국내 첫 아티스트 특화 카드인 '블랙핑크 카드'를 선보였다. 또 KT그룹 계열사인 케이뱅크와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 '심플카드'를 내놨다.
사업 다각화에도 분주하다. 지난해 말에는 업계 최초로 스탁론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스탁론은 증권 계좌 등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상품으로 NH투자증권과 제휴를 맺고 상품을 판매 중이다. 올해 3월에는 업무 범위에 시설대여업 추가해 리스 또는 렌털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이외에도 데이터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PG 및 VAN사와 데이터 협업망을 구축한 데 이어 유통사와도 협력에 나서면서 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 올해 베트남 카드결제 시장에 진출하며 해외 사업 영토도 확장하고 있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되면서 회사가 꾸준히 성장하려면 도전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며 "수익원 다각화 측면에서 올해 데이터사업, 자체카드 발행, 리스업 진출 등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비씨카드가 주력사업인 매입업무 수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비씨카드 본사. 사진/비씨카드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