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전기차 수요가 폭증하면서 배터리에 들어가는 희소금속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K-배터리 3사도 광물 업체와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원자재 확보를 위한 고심이 깊은 상황이다. 중국 업체가 희소금속을 줄인 대체 배터리로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 개선 노력에 더해 가격 경쟁력을 높인 배터리 개발도 염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7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리튬이온배터리 핵심 원재료인 리튬·코발트 가격은 연초 대비 각각 98.9%, 63.1% 올랐다. 알루미늄(31.5%), 구리(22.7%), 니켈(17.9%) 가격도 일제히 올랐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주류인 리튬이온 배터리는 니켈(Ni)과 코발트(Co), 망간(Mn) 또는 알루미늄(Al)을 기반으로 한 삼원계(NCM 또는 NCA) 배터리와 철(Fe)을 기반으로 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구분된다. K-배터리 3사는 에너지밀도가 높은 삼원계 배터리를 주력으로 삼는 것에 비해 중국 CATL와 BYD 등은 에너지밀도는 낮지만 가격 경쟁력이 높은 LFP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희소금속 가격이 치솟은 것은 전기차 수요가 폭증한 결과다. 블룸버그 NEF에 따르면 전기차 급증에 따른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는 올해 전기차 350만대 수준인 연간 269기가와트시(GWh)에서 오는 2030년 2.6테라와트시(TWh)로 약 10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판매가 늘어남과 동시에 원자재 가격도 뛰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 6월 낸 보고서를 보면 오는 2040년 리튬 가격은 지난해 대비 42배, 코발트 가격은 21배, 니켈은 19배, 망간은 8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K-배터리 3사도 가격 상승에 대비해 핵심 원자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1위 배터리 업체 LG에너지솔루션(분사 전
LG화학(051910))은 호주 배터리 원재료 생산업체 오스트레일리안 마인즈(AM)와 니켈 가공품 장기 구매계약을 통해 니켈·코발트를 대량 확보했다. 이번 계약으로 LG엔솔은 2024년 하반기부터 6년간 니켈 7만1000톤(t), 코발트 7000t을 공급받게 된다. 이는 전기차 130만대의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코발트 생산 세계 1위인 스위스 글렌코어에서 오는 2025년까지 코발트 약 3만t 구매를 약정했다.
정부 차원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일 '희소금속 산업 발전 대책 2.0'을 발표하며 니켈과 리튬 등 희소금속 평균 비축물량을 현행 56.8일분에서 100일분까지 확대했다. 희소금속 전용 비축기지 확보와 증축에 더해 조달청과 광물자원공사로 이원화된 희소금속 비축·관리 기능도 광물공사로 일원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희소금속 가격 상승은 배터리 업체는 물론 자동차 제조사에도 부담이다. 전기차 가격에서 배터리 가격이 약 3~40%를 차지하는 가운데 배터리 가격의 약 40%는 원자재 값이 좌우한다. 전기차 1위 업체 테슬라를 비롯해 폭스바겐 등은 향후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LFP 채용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LFP 배터리 공급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다. 중국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내수용 배터리 사용량(총 11.3GWh) 중 LFP 사용량 비중은 51.3%로 (5.8GWh) 삼원계 사용량 비중 49.5%(5.5GWh)를 넘어섰다. 지난 1월 LFP와 삼원계 비중은 각각 37.9%와 62.1% 비중을 차지했지만 반년 새 역전된 것이다. 중국 1위 배터리 기업 CATL은 지난달 29일 나트륨이온배터리(SIB)를 공개했다. SIB의 경우 에너지밀도가 kg당 160와트시(Wh)로, 삼원계 배터리 대비 주행거리는 낮지만 가격이 30% 낮아 경쟁력이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배터리 3사가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리튬이온 배터리 성능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뛰어넘는 기술력 확보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만큼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메인스트림 기술 지위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장기적으로 완성차 업체들의 LFP 선호 등에 대비해 가격 경쟁력이 높은 배터리 기술 개발에도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프리미엄 배터리 전기차는 삼원계, 범용 배터리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는 LFP와 SIB로 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미 테슬라도 신형 메가팩은 LFP로 가겠다고 선언하는 등 본격적인 배터리 ‘철기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인만큼 우리나라 배터리 3사는 사업 전략 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