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도의 밴드유랑)U2 보노 아들이 주축, 아일랜드 록 밴드 인헤일러

팬데믹 영감으로 쓴 데뷔 앨범 UK 앨범차트 정상
“억압당한 아일랜드 역사, 한국과 비슷한 점 많아”
첫 데뷔 앨범 ‘It Won’t Always Be Like This’ 인터뷰①

입력 : 2021-08-18 오후 5:08:08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낮고 검은 땅’에서 콸콸 쏟아지는 루비색 ‘흑맥’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일랜드 더블린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록 그룹 인헤일러(Inhaler)의 음악 말이다.
 
수직 상승하며 터져 오르는 악곡은 팬데믹으로 덮인 행성을 시원하게 탈주한다. 
 
기타와 건반을 주무르며 빚어내는 청량한 멜로디, 드럼과 베이스를 타격하며 쌓아올리는 웅장한 리듬 세례, 공간계 잔향들의 몽환적 은하수...
 
U2, 코어스, 씬 리지, 데미안 라이스, 더블린 출신 수많은 음악가들의 감성과 자유분방함이 오르내린다.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는 정신은 더블린 음악의 고유 정신이죠. 억압당한 역사가 길어, 우리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마음과 자부심이 강하게 묻어나곤 하죠. 한국도 아일랜드와 비슷한 점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요.”
 
18일 더블린에 있는 인헤일러 멤버, 일라이 휴슨(기타·보컬), 로버트 키팅(베이스기타)와 e-메일로 만났다. 일라이는 세계 대중음악사에 획을 그은 록 그룹 U2 보노의 아들. 
 
자유와 저항의 상징이던 보노도 자식 걱정은 매한가지.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중요하다(Words matter)’는 조언을 줬다고. 
 
“제가 밴드를 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면도 많이 보이셨지만 응원해주고 계세요. 아버지처럼 자신만의 길을 발굴해야 진정한 아티스트가 될 거란 걸 알아요. 실수도 저질러가며... 아버지와 저는, 결코 쉬운 길을 택한 적이 없어요.”(일라이 휴슨)
 
밴드 인헤일러, 왼쪽부터 조쉬 젠킨슨(기타), 로버트 키팅(베이스기타), 일라이 휴슨(기타, 보컬), 라이언 맥마혼(드럼).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
 
이들의 결성 과정은 흡사 더블린 배경의 영화 ‘싱스트리트(Sing Street)’를 연상시킨다. 청춘의 뜨거움과 파릇함이 아름답게 교차하며 일렁인다. 
 
2012년 세인트앤드류대학 동창인 일라이와 로버트, 라이언 맥마혼(드럼)가 뭉쳤고 2015년 조쉬 젠킨슨(기타)가 들어오며 지금 진영이 갖춰졌다. 밴드명 ‘The Inhaler’는 우리말로 병원 호흡 곤란 환자들을 대상으로 사용하는 호흡기. 사춘기 때 천식을 앓았던 일라이의 경험에서 빌려왔다.
 
“우리에게 음악은 언제나 해독제였어요. 음악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조차 없어요.”(일라이 휴슨)
 
이 아일랜드 록 신예는 지금 뜨겁다. 올해 7월 발표한 데뷔 앨범 ‘It Won't Always Be Like This’로 아일랜드 차트에 이어 영국 차트(UK 앨범 차트) 정상까지 밟은 뒤 유럽 전역으로 뻗어가고 있다. 
 
총 11곡 중 6곡을 1년도 채 안 되는 락다운(도시 봉쇄) 기간의 영감으로 썼다. ‘A Night on the Floor’는 락다운의 공포감에 관한 곡이다. ‘Slide Out the Window’은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어느 봄날, 창밖을 응시하다 썼다. ‘팬데믹 이후 길을 잃어버린 이들이 다시 길을 찾는 여정’이 앨범 전반의 주제의식이다.
 
“코로나 사태 전에는 우리 모두 좀 더 내향적으로, 세상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곡을 썼다면, 지금은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바로 우리를 둘러싼 이 세상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우리 음악을 듣고 다시금 기쁨과 희망을 찾을 수 있길 바라요.”(일라이 휴슨)
 
클래식한 록의 전형을 유지하면서도 팝, 펑크(Funk), 사이키델릭 같은 다양한 질감의 소리들은 혼합 화학 작용처럼 뒤엉킨다. 이펙터 프로세서 ‘Volante’의 왜곡되고 몽롱한 톤의 공간계음들이 앨범 전체를 통일된 색감의 소리로 채색한다. 마지막 곡 ‘In My Sleep’에서는 전통악기 ‘일리언 파이프(uilleann)’의 토속적 선율이 웅장한 록 사운드와 범벅돼 미학적 균형을 이룬다. 일라이는 “길을 잃고 방황하더라도, 다시 길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 뿌리이자 고향으로 돌아가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팬데믹 기간이 지나면 월드 투어도 염두에 두고 있다. 한국에도 ‘인헤일러 열풍’이 불어 닥칠지 모를 일이다. 
 
“한국에 가본 적은 없지만, 아일랜드와 마찬가지로 음악을 사랑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우린 분명 엄청 비슷한 사람들 일거예요. 조만간 한국 팬들을 직접 만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직접 가서 한국의 문화에 대해 더 알아가고 싶어요.”(일라이 휴슨, 로버트 키팅)
 
인헤일러 첫 데뷔 앨범 ‘It Won’t Always Be Like This’.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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