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탈레반이 부르카(전신을 다 가리는 여성 의복)을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길거리에서 여성을 총살했다.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만이다.
18일 폭스뉴스는 “전날 아프간 타하르 지역에서 한 여성이 부르카를 착용하지 않고 나갔다가 총에 맞아 숨졌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여성은 총을 맞고 피범벅이 된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부모와 주변 사람들은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었다.
탈레반은 지난 집권기(1996∼2001년) 시절 여성들의 교육·일할 기회를 박탈했고, 외출 시 부르카 착용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며 부르카가 대신 머리카락만 가리는 히잡을 쓰면 학업과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고 혼자서 집밖에 나서는 것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정치국 대변인은 영국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여성들이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을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탈레반의 이 같은 발언에도 시민들은 믿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고, 부르카 미착용 여성이 탈레반의 총에 맞아 숨졌다는 사진이 퍼지면서 더욱 무너진 신뢰는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프간 서북부 헤라트의 한 비정부기구(NGO)에서 일하는 25세 여성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탈레반에 대해 좋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 누구도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탈레반의 태도를 바꿀 수 없을 것"이라며 탈레반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몇 주째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있는데 재집권한 탈레반의 규정이 더 명확해질 때까지 집에서 머무는 것이 안전하다는 판단에서다.
여성인권 운동을 하다가 탈레반으로부터 총격을 받고 살아남은 파키스탄 여성 말랄라 유사프자이(24)도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일부 탈레반 인사들이 여성이 교육받고 일할 권리를 부정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여성 인권을 폭력으로 탄압한 탈레반의 역사를 고려하면 아프간 여성들의 두려움은 현실”이라며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 또 다른 도시에서도 탈레반이 부르카로 몸을 가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식료품을 사러 나온 여성을 위협해 다시 집으로 들여보내는 모습이 포착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외신들은 현재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으로 인해 공포 분위기가 조성돼 시민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SNS에는 탈레반들이 벽에 아프간 남성들을 꿇어 앉혀 놓고 사격하려는 듯한 장면도 공유됐다.
지난 13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공원에 있는 텐트 안에서 부르카를 입은 한 여성이 AP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