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도의 밴드유랑)인헤일러 “음악계 문화 변혁 일으키고파”

클래식 록부터 팝, 펑크 등 다장르 화학작용
“한국 팬들을 직접 만날 수 있기를 바라”
첫 데뷔 앨범 ‘It Won’t Always Be Like This‘ 인터뷰③

입력 : 2021-08-23 오전 12: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낮고 검은 땅’에서 콸콸 쏟아지는 루비색 ‘흑맥’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일랜드 더블린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록 그룹 인헤일러(Inhaler)의 음악 말이다.
 
수직 상승하며 터져 오르는 악곡은 팬데믹으로 덮인 행성을 시원하게 탈주한다.
 
기타와 건반을 주무르며 빚어내는 청량한 멜로디, 드럼과 베이스를 타격하며 쌓아올리는 웅장한 리듬 세례, 공간계 잔향들의 몽환적 은하수...
 
U2, 코어스, 씬 리지, 데미안 라이스, 더블린 출신 수많은 음악가들의 감성과 자유분방함이 오르내린다.
 
이 아일랜드 록 신예는 지금 뜨겁다. 올해 7월 발표한 데뷔 앨범 ‘It Won't Always Be Like This’로 아일랜드 차트에 이어 영국 차트(UK 앨범 차트) 정상까지 밟은 뒤 유럽 전역으로 뻗어가고 있다. 총 11곡 중 6곡을 1년도 채 안 되는 락다운(도시 봉쇄) 기간의 영감으로 썼다. ‘팬데믹 이후 길을 잃어버린 이들이 다시 길을 찾는 여정’이 앨범 전반의 주제다.
 
클래식한 록의 전형을 유지하면서도 팝, 펑크(Funk), 사이키델릭 같은 다양한 질감의 소리들은 혼합 화학 작용처럼 뒤엉킨다. 이펙터 프로세서 ‘Volante’의 왜곡되고 몽롱한 톤의 공간계음들이 앨범 전체를 통일된 색감의 소리로 채색한다.
 
18일 더블린에 있는 인헤일러 멤버, 일라이 휴슨(기타·보컬), 로버트 키팅(베이스기타)와 e-메일로 만났다. 일라이는 세계 대중음악사에 획을 그은 록 그룹 U2 보노의 아들. [참고 기사, (권익도의 밴드유랑)인헤일러 “문화 변혁 일으키고파”]
 
‘U2의 더블린’은 이들에게도 단순히 ‘낮고 검은 땅’이 아니다. 리버풀, 맨체스터 사운드에 선구적 영향을 미친 음악 도시는 이들이 갈망하던 감성, 자유의 다른 말이었다.
 
부드럽고 상쾌한 기네스 크림 같은 사운드는, 달큰하게 세계를 적실 채비를 마친 듯했다.
 
밴드 인헤일러.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조쉬 젠킨슨(기타), 라이언 맥마혼(드럼), 로버트 키팅(베이스기타), 일라이 휴슨(기타, 보컬).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 
 
“음악 장르란 개념, 과거 잔재일 뿐이에요”
 
-클래식한 록의 전형을 유지하면서도 팝, 펑크(Funk), 사이키델릭 같은 다양한 질감의 소리들은 혼합 화학 작용처럼 뒤엉켜요. 밴드로서 작업 프로세싱을 설명해 준다면요.
 
일라이: 우리는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스튜디오에 들어가서, 좋은 곡을 쓰려고 최선을 다해요. 그 과정에서 음악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소리와 기타 효과 등을 그대로 녹음해서 쓰는 편이고요. 따로 배제하는 음악적 스타일이라든지 장르는 없어요. 어차피 장르라는 개념이 과거의 잔재라고 생각하기도 하니까요.
 
-리얼 록 사운드와 전자음 사운드 간 밸런스를 어떻게 고려하나요.
 
일라이: 정해진 밸런스는 없다고 생각해요. 리얼 록이든, 전자 사운드든 우리가 워낙 좋아하는 소리이기 때문에 보통 두 사운드를 모두 활용하거나, 개별의 사운드를 극단으로 끌고 가는 편인 것 같아요. 전자음 사운드와 록 사운드는 너무 다르기 때문에 이들을 결합했을 때 흥미로운 조합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이를 테면 가벼운 디지털 사운드에 무거운 기타와 드럼 소리를 가미시킨다든지 하는 것 말이죠.
 
-이번 앨범에 사용된 가장 아끼는 악기 모델, 믹싱 장비 등을 소개해준다면. 그리고 어떤 사운드 효과를 내는 지도요.
 
이번 앨범에서는 “Volante”라는 이펙트 프로세서를 가장 많이 사용했던 것 같아요. 이 장비를 사용하면 어떤 사운드도 굉장히 왜곡된, 몽롱한 분위기로 딜레이 시킬 수 있어요. 거의 모든 곡에 이 장비를 사용했던 것 같아요.
 
-멤버들 각자가 이번 앨범에서 좋아하는 곡을 하나씩 꼽아보고 설명해준다면요.
 
로버트: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My Honest Face’일 거예요. 아마 우리가 쓴 곡 중에서는 빨리 완성된 곡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곡을 쓰기 시작하고, 몇 주도 안됐을 때 런던의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하던 기억이 나니까요. 이렇게 곡이 유난히 빨리 완성될 때면, 괜히 신나는 마음에 얼른 세상에 공개하고 싶어져요.
 
일라이: 개인적으로 ‘Slide Out The Window’라는 곡을 좋아해요. 우리 밴드가 지금까지 시도해보지 못했던 사운드에 도전해볼 수 있었던 기회라고 생각하고, 얼른 이 곡을 무대에서 라이브로 공연해보고 싶어요. 무대에서 선보이기도 완벽한 곡인 것 같아요.
 
밴드 인헤일러,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조쉬 젠킨슨(기타), 로버트 키팅(베이스기타), 일라이 휴슨(기타, 보컬), 라이언 맥마혼(드럼).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
 
“‘반지의 제왕’ 급 문화 변혁 일으키고파”
 
-코로나19로 세계인들의 인간관계 단절, 정신 건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요. 음악은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지요.
 
일라이: 앞서 말했듯 우리에게 음악은 해독제에요. 비로소 이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며, 누군가 당신의 감정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외로움을 덜어주는 역할을 해준다고 생각해요.
 
-곧 인류가 맞게 될 어느 미래의 날에 대한 가정을 해보죠.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고 세계가 자유를 되찾는 상상을... 그때는 어떤 음악을 하고 있을 것 같은지. 또 어떤 형식의 공연을 펼쳐보고 싶은지요.
 
일라이: 말도 안 되는 것들을 많이 만들어 내지 않을까 싶어요. 첫 앨범에 넣지 못한 음악들도 쟁여두고 있어요. 앞으로 밴드가 가야 할 방향으로 생각해둔 것들도 많고요. 얼른 두 번째 앨범 작업을 시작하고 싶어요. 그게 무엇인지 지금은 말씀 안 드릴 거예요!
 
-팬데믹 이후 월드투어도 예정에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미래에 보게 될 한국 팬들에게 남기고픈 말이 있다면요.
 
이번 앨범을 내고 무대에서 만나 얘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정말 아쉬워요. 조만간 한국 팬들을 직접 만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리고, 항상 느끼는 거지만 지구 반대 편에서도 우리의 음악을 좋아해주신다는 사실은 늘 놀랍고 감사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인헤일러의 음악 여정을 여행지에 빗대보고 그 이유를 말해본다면요.
 
우리의 음악 여정이 영화였다면, 아마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우리는 음악계에 문화적 변혁을 일으키고 싶은데, 현재로선 이제 겨우 출발지에 선 기분이에요. 우린 지금 인헤일러의 시작점에 서 있는 거죠.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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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