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SK케미칼(285130)이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적용한 화장품 용기 상업화에 본격 돌입한다. 플라스틱 규제 강화 흐름에 따라 화장품 용기도 친환경이 대세인 만큼 시장 주도권을 잡으려는 포석이다.
SK케미칼의 케미칼 리사이클 코폴리에스터로 만든 화장품 용기. 사진/SK케미칼
22일 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은 내달부터 폐플라스틱을 화학적 재활용 방식으로 생산한 코폴리에스터 ‘에코트리아 CR’ 제품 상업화에 들어간다.
친환경 화장품 용기 시장에 본격 뛰어든 SK케미칼은 지난 2일 화장품 용기 제조업체 우성플라테크에 에코트리아 CR 소재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우성플라테크는 연간 5억개에 달하는 플라스틱 용기를 생산해
LG생활건강(051900), 랑콤, 로레알, 에스티로더 등 국내외 화장품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전 세계 플라스틱 규제가 강화하면서 화장품 용기 시장에도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018년 '순환 경제를 위한 유럽의 플라스틱 배출 전략'에 따라 2030년까지 화장품 용기를 포함해 모든 플라스틱 용기의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 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화장품 용기는 제품 원료에 따라 플라스틱 유리, 금속용기 등으로 구분되는데 이중 플라스틱 용기가 58.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 6월 발행한 ‘화장품 용기·포장재 등급 표시 시행에 따른 산업계 동향·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화장품 용기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323억 달러(한화 약 38조2270억 원)에 이른다. 친환경 제품 수요가 늘면서 화장품 제조·포장단계에서 환경오염을 줄인 소재로 만든 용기 수요도 높아질 전망이다.
SK케미칼은 코폴리에스터(PETG) 분야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코폴리에스터는 고분자 폴리에스터에 CHDM(사이클로헥산디메탄올) 이라는 원료를 사용해 만든 플라스틱 소재로 투명성과 내화학성이 우수한 것이 특징이다. 물성이 폴리카보네이트(PC)와 유사하나 비스페놀(BPA)과 같은 환경호르몬을 함유하지 않아 친환경성도 우수하다. 이에 국내외 화장품 용기 업체와 음료·식품 용기 업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코폴리에스터를 생산하는 기업은 전 세계에서 미국 이스트만을 비롯해 SK케미칼이 유일하다. 코폴리에스터 부문 매출은 SK케미칼 전체 매출의 최대인 37%를 차지한다. 최근 지난 3년간 진행한 울산 공장 신규 라인 증설을 완료하고 7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에코트리아 CR은 화학적 재활용 방식으로 생산된다. 화학적 재활용은 플라스틱을 분해시켜 순수한 원료 상태로 되돌려 고분자인 플라스틱을 제조하는 기술로, 물리적 재활용에 비해 플라스틱 제품의 품질 저하없이 반복해서 재활용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물리적 재활용은 수거된 PET병 등을 잘게 분쇄해 가공한 재생원료(PCR)를 섞어 사용하는 방법이다.
SK케미칼은 원료 생산 설비부터 코폴리에스터 생산에 이르는 수직 계열화를 구축해 안정적인 사업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 폐페트(PET)을 화학적으로 분해하는 기술·설비를 가진 중국 스예(Shuye)에 230억원을 투자해 화학적 재활용 원료 2만톤 구매권한을 확보했다.
황진호 SK케미칼 매니저는 “안정적 생산기반 구축을 위해 해외 원료 투자를 검토해왔고 이에 중국 폐플라스틱 리사이클 업체에 지분 투자를 추진했다”면서 "현재 리사이클 인프라 구축을 위한 연구와 준비를 진행 중으로 화학적 재활용 페트 신규 사업 기회를 확보한만큼 환경문제 해소를 위한 선순환 체계 구축 나서는 중"이라고 말했다.
SK케미칼은 에코트리아 CR 생산을 시작으로 친환경 제품 비중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1%에 불과한 코폴리에스터 리사이클 제품 비중을 2025년 50%, 2030년 100%로 높인다. 화장품 용기 외에도 식품 용기, 음료용 수축 필름 등 다양한 제품 사업화를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