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장원 기자]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지지율이 출마선언 한 달이 다 돼 가지만 좀처럼 오르지 못하고 4%대 박스권에 갇혀 있다. 한때는 처가 문제로 흔들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체 후보로까지 부상했지만, 지금은 홍준표 의원에게도 밀리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 전 후보가 보여준 강한 보수적인 정치색과 함께 대선출마선언식에서 드러난 '준비되지 않은 모습'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최 전 원장의 지지율은 4%대에 줄곧 머물러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3~24일 성인남녀 2015명을 대상으로 보수 야권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를 보면 최 전 원장은 4.6%로 집계됐다.
같은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28.6%를 기록했고, 홍준표 의원 20.2%로 멀찌감치 달아났다. 유승민 전 의원 역시 11.4%로 최 전 원장을 크게 앞섰다. MBN과 매일경제가 여론조사업체 알앤써치와 실시한 조사에서도 최 전 원장은 4.1%에 그쳤다.(그 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출발은 좋았다. 최 전 원장은 입당 직후 컨벤션 효과로 '마의 5%’를 넘어 8%까지 오르면서 윤 전 총장에 이은 야권 지지율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어진 대선출마선언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은 두 자릿수를 넘지 못한 채 하락세를 타면서 4%대에 갇혀있다.
정체된 지지율의 원인으로는 우선 낮은 인지도가 꼽힌다. 이는 후원금 모금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최 전 원장 측은 지난 12일 오전 9시부터 후원금 계좌를 열고 모금을 시작해 일주일 동안 13억원 조금 넘는 금액을 모았다. 당내 경쟁자인 윤 전 검찰총장이 후원금 계좌를 연 뒤 하루 만에 한도액 25억원을 채운 것과 크게 대비된다.
여기에 후원금 모금이 기대 못 미치자 최 전 원장의 '중도사퇴설'까지 나오면서 분위기가 더 뒤숭숭해졌다.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지라시' 형태로 캠프 내에서 최 전 원장의 중도사퇴를 검토하고 있다는 루머가 돌았다. 최 전 원장 측은 즉각 허위사실이라고 일축했지만, 그만큼 최 전 원장의 불안정한 입지를 방증하는 셈이었다.
최 전 원장 스스로도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힌 상황을 인지하면서도 지지율 반전에는 낙관했다.
최 전 원장은 지난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주춤하는 지지율에 대한 질문을 받고 "박스권에 갇혀서 제대로 지금 돌파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국 국민들과 어떻게 할 것인지, 국민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를 제대로 보여드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라면 제가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는 후보, 그리고 정말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후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보여드리려고 한다"며 "저의 노력을 국민들이 잘 받아들여 주신다면 지지율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안 써도 잘 서서히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선출마선언식에서 보여준 '준비성 부족'이 게속 지지율 발목을 잡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4일 대선출마선언식에서 "아직 공부가 안됐다"고 답변한 모습이 솔직하다는 평가보다는 '준비가 안됐다'는 점으로 부각됐다는 것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준비가 안 된 모습을 너무 적나라하고, 이른 시간에 많이 보여줘 버렸다"며 "이런 점은 만회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 원장은 "대통령은 공부해서 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을 국민들이 잘 알고 있다"며 "준비가 부족하다는 인상이 한번에 각인되면서 지지율이 오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지난 4일 경기도 파주 한 스튜디오에서 대선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사진/국회사진기자단
문장원 기자 moon334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