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한미 양국이 북한의 영변 핵시설 재가동 징후에도 불구하고 대화와 외교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 기조를 재확인했다. 대북 인도적 지원을 고리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유도하는 한편 '조건 없는 대화' 카드로 북한에 대화 복귀 명분을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다. 대북 인도적 사업 중 남북 간 방역보건 협력이 유력하게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1일 외교부에 따르면 미국을 방문 중인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고 진전을 이루기 위해 전향적이고 창의적이며 유연하고 열린 자세를 확고히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영변 핵시설 재가동 징후에도 북한에 대한 한미의 대화·외교 기조를 거듭 강조하면서 북한이 일단 조건 없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는 뜻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노 본부장은 "그간 한미는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는 대북 인도적 분야에 대한 협의를 진행해왔다. 그 밖에도 북한에 관여할 다양한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며 대북 인도적 지원을 통한 대화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호응해 온다면 언제든 추진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이 한미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7월 북한이 남북 간 통신선을 복원한 이후 인도적 지원을 이유로 북한과 대화를 지속해왔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고강도 대북 제재 환경에도 대북 인도적 협력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한 이후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 간 방역보건 협력이 실질적인 대북 인도 지원 사업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정부는 전날 화상으로 개최된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의 4차 회의에서 참가국들에게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북한의 참여를 끌어내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요청했다. 한국 주도로 지난해 12월 출범한 협력체는 한미일 등 6개국이 참여하고 있고 정부는 북한의 참여를 독려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북한의 참여를 제안했다.
양무진 북학대학원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북한도 지난 7월에 기후 변화, 환경 등 국제사회와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관심이 많고, 코로나19 이후 연대와 협력에 대해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며 "동북아 보건의료공동체가 좀 더 발전해서 철도공동체로, 나아가서 결국은 평화공동체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북한도 나름대로 검토는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 청사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