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탈레반 장악 이후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유럽으로 대거 유입될 것을 우려해 유럽연합(EU)이 아프간 인접국에 6억유로(약 8200억원) 상당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3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EU가 아프간 인접국의 국경 관리와 테러 대응을 위해 1억유로(약 1400억원)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독일은 5억유로(약 6800억원)를 지원할 방침이다.
마스 장관은 터키,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파키스탄, 카타르를 잇따라 방문하며 아프간 난민들이 EU로 유입되지 않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아프간 인접 국가에선 난민 수용이 더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무함마드 파이살 주독일 파키스탄 대사는 독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파키스탄은 이미 난민 300~400만명을 받아 충분히 많은 사람을 수용했다"며 "지난 20년간 아프간에 개입했던 크고 부유한 국가들이 난민을 받을 때”라고 말했다.
파키스탄 외무부도 "누구도 (아프간 내) 불안정을 원하지 않으며, 난민들의 탈출은 막을 수 없다"며 국제사회가 난민 문제에 더 개입해야 한다고 했다.
우즈베키스탄도 "보안상 이유로 현재 우즈베키스탄과 아프간 국경은 폐쇄된 상태"라며 "당분간은 접경 지역인 테르메스 검문소를 재개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유를 불문하고 모든 월경은 우즈베키스탄 법령에 따라 금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난민 수용을 두고 난색을 보인 것이다. 투르크메니스탄도 코로나19를 이유로 국경을 폐쇄한 상태다.
EU가 아프간 이웃 국가에 자금을 지원하면서까지 난민을 수용하도록 만들려는 까닭은 '제2의 난민사태'를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 내전으로 발생한 난민이 지중해와 남동유럽을 거쳐 2015년 EU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회원국 간 갈등까지 빚어졌다. 당시에도 EU는 터키에 자금을 지원해 난민을 수용하게 했다.
이날 벨기에 브뤼셀서 열린 아프간 사태 논의 EU 내무장관 긴급회의에 앞서 오스트리아와 덴마크, 체코 측은 "현시점에 제일 중요한 것은 (아프간 주변) 지역에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면서 "(아프간 난민들이) 지역에 머물면 난민들 돕는 지역을 우리가 지원하겠다는 것이 그 메시지"라고 했다.
하지만 EU도 난민 수용에는 나설 것으로 보인다. EU 내무장관들은 이날 브뤼셀 회의에서 아프간 난민 수용 문제를 논의했으나 회원국 간 이견으로 공동정책에 합의하지 못했다. 회의 후 나온 성명에는 "국제적 노력의 일부로 여성, 어린이 등 취약자들을 우선으로 해 재정착 형태로 자발적 지원이 제공될 수 있다"는 내용만 담겼다.
3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접경 지역 차만 외곽에서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이 텐트 밖에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