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대한항공(003490)이 이달말 정부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이 종료되도 자체적인 수당 지급을 통해 유급휴업을 유지할 방침이다.
대한항공 보잉 747-400. 사진/대한항공
2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오는 12월까지 현재 휴업 조건을 유지하는 것으로 근로자들의 유급휴업을 이어간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회사가 위기를 버텨내고 있는 이유가 직원들의 희생과 자발적인 휴업 동참이라는 점을 감안해 힘든 상황임에도 어려움에 빠진 직원들을 방치할 수 없어 대승적 차원의 플랜B를 마련한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연간 기준으로 10만명의 휴업 인원이 발생하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 고용유지지원금 추가 연장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제공하는 휴업·휴직 수당에 대해 정부가 지원하는 보조금이다. 사업주가 고용을 유지한다는 조건 아래 유급휴직의 경우 평균 임금의 70%에 달하는 휴업수당을 최대 90% 지원하고 나머지 10%는 기업이 부담한다. 지원기간은 연간 최대 180일까지다. 정부는 지난해 3월 항공업을 포함한 8개 업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고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해오고 있다.
대한항공도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 근로자들의 유급휴업을 시행 중이다. 다만 이달 30일 지원금 지급 기간이 종료되면 대부분 항공사는 평균 임금의 50% 수준만 지급하는 무급휴업으로 전환하거나, 유급휴업 수당을 직접 지급해야 한다.
대한항공은 정부 지원이 종료되더라도 직접 유급휴업 수당을 지급할 방침이다. 휴업 규모는 전체 직원의 절반인 9000명 수준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 노동조합은 입장문을 통해 "일부 직원에 한해 무급휴업을 시행하지만, 대상 직원에 대해서도 현재 유급휴업과 같이 임금 저하나 인사상의 불이익이 없도록 분명히 했다"면서 "회사가 코로나19 상황이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가운데 고통 분담을 같이하는 임직원의 희생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며 어떠한 경우라도 고용안정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이 유급휴직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실적 호조 영향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분기 657억원 영업손실을 냈지만 화물 실적을 기반으로 같은해 2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국제선 여객 중단이 계속되는 가운데 LCC 업체 모두 2분기 적자를 냈다. 연결기준 영업손실 규모는 제주항공 712억원,
진에어(272450) 488억원, 에어부산 494억원,
티웨이항공(091810) 347억원 등이다. 화물 특수로 대한항공(1969억원), 아시아나항공(020560)(949억원)이 영업익을 낸 것과 대조적이다.
자금이 마른 상태에 경영난이 이어지면서 LCC 4사는 올해 들어 유상증자, 무상감자, 영구채 발행 등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자본잠식(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어진 상태)이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재무구조 개선에 돌입한 것이다. 자본잠식률이 50%를 초과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 상태가 2년 이상 지속시 사업자 면허가 취소된다.
김포공항 국제선 앞에서 릴레이 피케팅 중인 항공산업 노동조합 위원장들. (왼쪽부터 박상모 진에어노동조합 위원장, 이병호 제주항공 조종사노동조합 위원장, 최 현 대한민국 조종사노동조합 연맹 위원장, 조상훈 한국공항 노동조합 위원장, 강두철 아시아나에어포트지부 지부장)
전날 항공산업 15개사 16개 노조는 지난달 31일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에서 고용유지지원금 연장을 촉구하는 공동호소문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항공 종사자들은 평균임금의 절반도 안 되는 무급휴직 지원금으로 삶을 이어가거나 이마저도 못 받는 실업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항공 노조는 "고용유지지원금 지급이 종료된다면 17만 항공산업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지상조업 종사자 5000여 명의 절반이 코로나19가 종료될 경우 복귀하는 조건으로 이미 정리해고를 당했고 이들의 30%는 생활고로 이직했다"고 밝혔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