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국책연구기관들이 합동 보고서를 통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정부가 실정의 책임을 일반 국민에게 전가했다는 지적이다.
7일 국책연구기관에 따르면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국토연구원·주택금융공사·주택금융연구원 등과 함께 작성한 '부동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중점 대응전략' 보고서에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이례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719페이지에 달하는 해당 보고서에는 현 정부 출범 이후 20차례 이상 부동산 종합대책을 언급하면서 전국적인 집값 급등으로 국민 불신이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 같은 부동산 정책 실패는 시장 변화를 간과한 채 규제 중심의 기존 부동산관을 답습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보고서는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주택 문제에 대한 진단 없이 정책 이념에 따라 조세·대출 정책의 틀을 바꿨다"며 "공급 정책에서도 공공주도, 민간육성 등 일관적이지 않은 정책으로 시장 불확실성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무현 정부부터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부동산 정책의 목표는 주택시장 안정과 투기억제 등으로 같았다"며 "규제지역 지정, 투기억제, 가격규제, 금융, 조세 등 정책 수단도 정권별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역대 정부들이 부동산 정책을 설계할 때 공공부문부터 제대로 설계했다면 공공부문이 선도해 부동산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었을 것이라도 설명했다.
보고서는 "경영평가가 보편화된 이래 공공 부문도 계량화된 실적과 성과에 매몰돼 차익과 폭리를 노리는 악덕 투자자와 다르지 않게 됐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현 정부가 투기 주범으로 지목한 다주택자의 개념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객관적 기준이나 사회적 합의 없이 등기부상 주택을 여러 채 소유한 것만으로 다주택자로 규정하고 조세 중과의 핵심 표준으로 삼았다는 지적이다.
또 "정부는 실정가 책임을 일반 국민의 탓으로 전가하고 국민을 향해 징벌적 과세 수준의 애먼 칼을 빼들었다"며 "퇴로 없는 정책은 저항만 낳게 된다"고 우려했다.
현 정권 말기에 접어들면서 국책기관이 현 시장을 진단하고 정책 방향을 수립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국책연구기관들이 전사적인 (부동산 시장) 평가들을 통해서 추후 주택 정책 방향들을 제시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7일 총리실에 따르면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국토연구원, 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 등과 함께 작성한 '부동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중점 대응전략' 보고서를 최근 발표하며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이례적으로 비판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매물 정보가 게시돼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