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6월 인수한 미국 로봇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협업을 본격화하면서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 '테슬라봇'을 공개한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의 로봇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생산시설 점검과 보안을 유지하는데 투입하고 내년 하반기 물류로봇 '스트레치'를 상용화해 스마트 물류 산업을 위한 솔루션을 만들 계획이라고 10일 밝혔다.
(왼쪽부터) 로버트 플레이터 보스턴다이내믹스 CEO, 애론 사운더스 CTO가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시연하며 설명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로버트 플레이터 보스턴다이내믹스 최고경영책임자(CEO)는 10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현대차가 추구하는 모빌리티 이동성의 미래는 우리의 미션과 완벽하게 일치한다"며 "현대차가 보스톤다이내믹스의 훌륭한 보금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 6월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분 80%를 인수했다. 로봇 사업으로 미래 모빌리티를 선점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였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이날 스팟과 함께 물류로봇 '스트레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등 세 가지 로봇 플랫폼을 공개하면서 현대차와의 기술 협력을 통해 자율주행 및 로보틱스 분야 역량이 향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버트 CEO는 "우리는 로봇을 통한 모빌리티 기능성 향상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현대차와 '인류를 위한 진보'라는 공통된 비전을 공유하고 있고 로보틱스 기술력이 스마트 모빌리티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가진 로봇 기술이 현대차의 자율주행차 기술과 결합돼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얘기다. 현대차는 현재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다. 2023년 합작법인 모셔널과 공동 개발한 레벨4의 '아이오닉5 로보택시'도 공개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글로벌 로봇 시장이 자동화 로봇 수요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했다. 앞으로 로봇 기술이 자율주행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스마트 팩토리 구축 등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가 수소, UAM,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에 5년간 총 74억 달러(약 8조1400억원)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열린 '테슬라 AI 데이'에서 '테슬라 봇'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테슬라 유튜브 캡쳐
테슬라도 로봇 사업에 뛰어들었다. 테슬라는 지난달 사람을 대신해 위험하거나 반복적인 작업 등에 투입할 수 있는 '테슬라봇'을 공개하고 시제품을 내년에 선보일 계획이다.
테슬라는 내년 자동차, 로봇 등의 자율주행 성능 고도화 작업을 하는 슈퍼컴퓨터 '도조'도 본격 가동한다. 테슬라 차량 등의 자율주행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각 차량이 수집한 도로 정보를 학습하는 역할을 맡는다.
로보택시 사업도 본격화할 방침이다. 테슬라는 '오토파일럿'으로 확보된 주행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로보택시 상용화에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 7월 30일 트위터에 "테슬라가 로보택시 개발에 성공할 것을 90% 확신한다"는 응원글에 "완전 자율주행의 시험판을 경험한 사람들은 이 말에 동의할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두 자동차 회사가 로봇 개발에 나선 건 로봇 기술을 통해 보다 뛰어난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로봇은 각각의 부품을 완벽하게 제어하고 주변의 상황 변화 등을 즉각 감지해야 하는데 자율주행차가 추구하는 알고리즘과 같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율주행 시스템 자체가 로봇에 들어가는 시스템이 100% 동일하다"며 "자동차 업계에 미래 먹을거리로 떠오를 것이 로봇 분야"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 최고의 기술은 보스턴다이내믹스지만 상용 모델은 아직 제대로 나오지 못했다"며 "상용화 노하우를 가진 현대차와 로봇 기술을 융합한다면 가장 먼저 상용 모델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