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민사회 분야 민간보조와 민간위탁 사업의 '예산 누수'를 막겠다며 대대적인 손질을 예고했다. 지난 10년간 이 사업들에 약 1조원의 금액이 지원되면서 '시민단체의 피라미드'를 정착시켰다는 이유에서다.
오 시장은 13일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바로 세우기'라는 취지의 온라인 브리핑을 열고 "시민의 혈세로 어렵게 유지되는 서울시의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 ATM기로 전락했다"며 "서울시가 직접 공공기관을 통해 운영했더라면 충분히 아낄 수 있는 시민 혈세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임기제 공무원으로 서울시 도처에 포진해 자신이 몸담았던 시민단체에 재정지원을 하는 그들만의 마을, 그들만의 생태계를 만들었다”며 “이것도 모자라 ‘중간지원조직’이라는 창구를 각 자치구에도 설치하고 그것조차 또 다른 시민단체에 위탁해 운영토록 했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보조금이든 민간위탁이든 처음에는 선한 의도로 시작했으리라 믿고 싶었으나 사업의 구조나
사업자 선정 과정, 예산 집행 내역 등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니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며 "지난 10여 년 간 뿌리 박힌 잘못된 관행들을 바로잡고 모든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화하는 길을 가고자 한다"고 공언했다.
오 시장에 따르면 시 조례상 민간위탁 대상이 되는 사무는 시민의 권리·의무와 직접 관계되지 않는 사무 중 특수한 지식과 기술이 요구되는 사무나 시설관리 같은 단순 집행사무 등에 한정된다. 처음부터 서울시와 자치구 공무원이 직접 사업을 집행하고 정산하면 되는데, 이를 일부 시민단체들이 중간지원조직인 '중개소'를 만들어 특정 시민단체에 중복지원하는 기발한 사업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시장이 스스로의 책임 하에, 시 공무원을 통해 엄정한 절차에 따라 해야 할 보조금 예산 집행을 시민단체에 통째로 맡겼다면 이것이야말로 시민단체의 피라미드, 시민단체형 다단계"라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일부 시민단체의 행정비용 문제도 꼬집었다. 그는 "인건비, 사무실 운영비 등 중간지원조직에 예산이 40% 정도 들어간다면 그런대로 행정이 된다고 볼 수 있지만 50% 이상 지출된다면 그 사업은 재구조화하는게 맞다"며 "구청조직이나 동주민센터 통해 사업을 할 수 있는데 굳이 중간지원조직을 만들어 세금으로 형성된 예산이 그쪽으로 흘러간다면 예산 누수"라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기준 서울시 감사위원회에서 감사나 조사를 진행 중인 것은 총 27건이다. 이 중에는 박원순 전 시장 재임시절 진행한 노들섬, 사회주택, 미니 태양광 보급 사업 등이 포함됐다. 일각에서는 전 시장 '흔적 지우기'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오 시장은 이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오 시장이 "이번 감사는 박 전 시장 시절 사업을 모두 폐지하고 새로운 사업을 재검토하겠다는 관점으로 진행되는게 아닌, 예산 누수를 최소한 가성비 높은 사업으로 만드는데 목표가 있다"고 설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바로 세우기'라는 취지의 온라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