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및 외환 혐의를 수사해 온 내란특검이 14일자로 180일 동안의 수사를 모두 마쳤습니다. 지난 6월18일 수사를 개시한 내란특검은 조은석 특별검사의 지휘 아래 윤석열씨를 재구속하고, 강도 높은 수사로 정권의 핵심부를 겨냥하는 등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반복된 구속영장 기각이라는 제도적 한계도 드러냈습니다. 특검은 수사 막바지엔 윤씨 등에게 일반이적죄를 적용하고, 한덕수 전 총리 등을 무더기로 기소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내란특검의 180일을 복기하면서 결정적인 장면 다섯 가지를 선정했습니다.
6월29일 내란특검 조사를 마친 윤석열씨가 자택으로 귀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
초반 강공과 윤석열 재구속…특검 존재감 부각
내란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이례적인 속도전을 택했습니다. 6월18일 수사 개시 첫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전격 기소했습니다. 통상적인 수사 절차를 고려하면 소환조사와 보강수사를 거친 뒤 기소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특검은 첫날부터 기소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특검법상 수사 개시 전 준비 기간에도 관련 수사를 진행할 수 있고 이첩받은 사건에 대한 공소유지가 가능했는데, 바로 이점을 최대한 활용한 겁니다. 내란특검 성격을 분명히 보여준 겁니다.
초반 강공은 윤석열씨에 대한 수사로도 이어졌습니다. 특검은 6월28일과 7월5일 두 차례에 걸쳐 윤씨를 불러 조사했습니다. 윤씨에겐 비상계엄 선포 전후의 의사결정 과정, 군과 경찰을 동원한 경위, 대통령실 역할과 비상계엄 전후 국무회의 상황 등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소환조사 이후 특검은 7월6일 윤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7월10일 이를 발부했습니다.
윤씨의 재구속은 내란특검 수사의 정점으로 평가됩니다. 지난 3월8월 지귀연 재판부의 구속취소 결정으로 풀려난 내란 우두머리의 신병을 4개월에 다시 확보한 겁니다. 특검의 수사 동력과 정당성이 동시에 강화됐습니다. 윤씨의 재구속이 실패할 경우 특검은 정치적 역풍을 맞을 처지였습니다. 그러나 꼼꼼하면서도 우직하게 윤씨를 조사,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시기 특검은 계엄에 대한 윤씨 개인의 책임을 넘어, 내란 실행 과정에서 군 수뇌부와 대통령실 참모진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혀내는 데 수사력을 집중했습니다. 김용현 전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 군 관련 핵심 인사들이 주요 피의자로 거론되면서 수사 범위도 빠르게 확장됐습니다.
12월14일 내란특검이 180일간의 수사를 마쳤다. 사진은 내란특검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사진=뉴시스)
반복된 구속영장 기각…'무더기 기소'로 마무리
그러나 특검은 수사 기간이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뚜렷한 제약에 부딪혔습니다. 핵심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신병 확보 시도가 잇따라 걸림돌을 만난 겁니다. 10월9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이어, 11월14일에는 박 전 장관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대한 영장이 동시에 기각됐습니다. 12월3일에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되면서, 특검은 고비를 맞았습니다. 전략 수정도 불가피해졌습니다.
연쇄적인 구속영장 기각은 특검 수사의 한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됩니다. 법원은 내란특검의 영장을 불허하면서 매번 "증거를 인멸할 우려나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더는 구속 수사를 통한 압박 전략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셈입니다. 결국 특검은 핵심 피의자들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기는 방향으로 선회했습니다.
이런 제약 속에서도 특검은 법리적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11월10일, 윤석열씨와 김용현 전 장관, 여인형 전 사령관을 일반이적죄로 기소한 게 대표적입니다. 일반이적죄는 내란죄보다 적용 요건과 법적 해석이 복잡하지만, 국가의 존립과 이익을 해쳤는지를 정면으로 다투는 혐의입니다. 특검은 윤씨 등이 비상계엄을 획책하고 선포하는 행위가 단순한 직권남용을 넘어, 국가 이익을 중대하게 침해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지난 11일엔 한덕수 전 총리 등 무려 7명을 무더기 기소했습니다. 재판에 넘겨진 사람들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이원모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입니다. 이 가운데 박 전 장관, 김 전 수석, 이 전 비서관, 이 전 법제처장 등은 모두 검찰 출신으로 윤씨의 핵심 참모로 활동한 인물들입니다. 특검은 7명에 대해 비상계엄 선포 전후 국무회의 운영,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의 헌법재판관 미임명 문제 등에 대한 직권남용·직무유기 등의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특검의 무더기 기소는 내란 책임의 범위를 정부 핵심부까지 조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계엄과 그에 따른 내란은 개별적 사건이 아닌 정권 차원의 조직적 의사결정 과정과 맞닿았다고 판단한 결과입니다. 특검이 수사를 종료한 상황에서 이제 최종 판단은 법원의 몫으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재판에서 특검이 어떻게 공소를 유지하고 혐의를 입증할 것인지 주목됩니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