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고시를 다듬었다. 전기통신사업법에서 지정한 금지 행위 조항의 예외 사유가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에 대비해 마련된 개정안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중복규제 주장에 발목 잡혀 일년 여를 끈 뒤 상임위를 통과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사진/뉴시스
방통위는 15일 제41차 전체위원회를 열고 '전기통신사업자간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제한 부과의 부당한 행위 세부기준'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조치를 막을 근거 규정을 명확히 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초안이 마련됐고, 법제처 등을 거쳐 이날 방통위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전기통신사업자간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제한 부과의 부당한 행위 세부기준(고시) 개정안 일부. 자료/방송통신위원회
주요 개정 내용은 전기통신사업법의 금지행위 예외 사유를 구체화·명확화하는 것이다. '전체 이용자의 편익이나 후생증대 효과가 큰 경우'는 '전체 이용자의 편익 및 후생증대 효과가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 및 다른 서비스 이용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효과를 현저히 상회하는 경우'로, '전기통신서비스의 안정성 및 보안성 확보를 위한 경우'는 '통신장애 대응 등 전기통신서비스의 안정성 및 보안성 확보를 위하여 해당 조건 또는 제한을 부과하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로, '신규서비스 출시를 위한 불가피한 조건 또는 제한으로 인정되는 경우'는 '신규 서비스 출시를 위해 한정된 기간 동안 이루어진 불가피한 조건 또는 제한에 해당하는 경우'로 전환된다.
고시의 적용 대상을 전기통신사업자로 한정하는 기존 고시를 삭제하는 방안은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방통위는 전기통신사업자 간 뿐만 아니라 사업자와 이용자 간 불공정행위도 규제하기 위해 해당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공정위에서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전기통신사업법을 벗어나며 공정거래법과도 중복된다고 지적했다. 고시 적용 대상을 삭제하면 전기통신사업자뿐만 아니라 배달앱과 음식업 점주, 오픈마켓과 입접 사업자 간의 관계까지 방통위가 규제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지난해 11월 법제처 심사를 통과한 법안은 지난 1월 공정위가 검토의견을 제출하면서 처리가 지연됐다. 방통위는 지난 2~8월 국무조정실에서 공정위와 협의를 거쳐 해당 방안을 이번 개정안에서 제외시키기로 했다.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에 대비해 마련했던 고지 개정안은 법 시행 하루 뒤에서야 방통위 상임위원회에서 처리됐다.
김현 방통위 부위원장은 "(적용 대상을)사업자로 현행 유지하는 것은 아쉽지만 1년간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한 사무처에서 수고가 많았다"며 "플랫폼 이용자 보호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가 다방면으로 진행 중인데 상호 보완을 통해 이용자의 권익을 증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