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 야권 상대 정치공작 지시와 민간인 댓글부대 운영 등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파기환송심에서 형량이 늘었다.
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이승련·엄상필·심담)는 17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국고등손실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 전 원장에 대해 징역 9년에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의 징역 7년에 자격정지 5년보다 각각 2년씩 늘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민병환 전 국정원 2차장은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았다. 원심보다 징역 6개월이 늘었다.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은 원심과 같이 징역 2년 4개월에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대통령과 정부 정책에는 찬반 양론이 있을 수 밖에 없고, 여론은 개인과 정당을 비롯해 건전한 비판을 통해 자유롭게 형성돼야 하는 것"이라며 "국정원장을 비롯해 지휘부 의사 결정에 따라 조직적으로 저질러진 이 사건 범죄는 국가안전보장과 무관하거나 당시 명분으로 내세웠을 뿐이고, 실질적으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리고 관여한 행위"라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국가 안전보장에 사용되야 할 예산을 위법하고 부당하게 사용함으로써 국고 손실을 끼친 행위에 불과해 국민 기본권 보장에 역행했다"며 "국민의 신뢰를 명백히 배반한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특히 원 전 원장에 대해서는 "피고인으 범행으로 다수의 국정원 직원이 의무 없는 일을 마지못해 하거나 범죄에 가담해 형사처벌까지 받게 됐다"며 "(국고손실 등)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 재임 시절 특명팀을 통해 명진스님과 배우 문성근씨, 김대중 전 대통령 비자금과 관련됐다고 의심한 홍모씨 사찰 등 혐의를 무죄 판단한 원심과 달리 유죄로 선고했다.
대북공작국을 통해 2011년 중국을 방문한 권양숙 여사를 사찰한 혐의, 2012년 일본에 방문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미행하게 한 혐의, 2011년 국익전략실을 통해 야권 정치인 동향을 살피고 여당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대응방안 마련을 지시한 혐의 등도 원심의 무죄 판단을 유죄로 뒤집었다.
원 전 원장이 재임 시절 온·오프라인 심리전을 위해 '외곽팀' 활동비와 우파단체 지원 명목으로 각 63억6200만원과 1억5200만원씩 지급한 혐의, 국정원 예산으로 세운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국발협)을 민간 단체로 가장해 특정 정치인을 비방하고 47억2700만원을 지급한 혐의,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 인사와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 기존 혐의들도 원심대로 유죄 선고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2019년 5월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활비 뇌물’ 관련 8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