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5월 K-반도체 육성 전략을 발표한 지 4개월이 지났음에도 '반도체 특별법'이 감감무소식이다. 반도체뿐 아니라 배터리, 백신, 디스플레이까지 종합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반도체 특별법을 '국가핵심전략산업특별법'으로 넓히면서 추진 동력을 상실한 모양새다.
반도체 업계는 지난 4월 산업 육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정부에 건의했다. 업계는 반도체 특별법에 제조시설 구축을 위한 세제지원과 전문 인재양성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부도 반도체 특별법 제정 의사를 밝히며 반도체 업계의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4개월이 넘도록 특별법 제정을 놓고 부처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국을 중심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세우겠다고 밝혔을 때만 하더라도 한국 경제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의 위상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너도나도 반도체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현재는 산업 육성 필요성에 대한 인식조차 희미해진 분위기다.
반도체 업계 한 인사는 "정부부처 간의 반도체 특별법에 대한 논의가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라며 "반도체 공급난 문제도 더이상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보니 특별법 논의가 지지부진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특별법이 반도체에서 배터리, 바이오 등으로 확산되면서 정작 한국경제 발전에 가장 엄중한 사안이었던 반도체가 정부 지원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 사이 미국은 또 다시 글로벌 제조사들을 소집하며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반도체 수급난으로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반도체 공급망 회의를 열기로 했다. 지난 4월과 5월에 이어 올해만 세번째 열리는 회의다. 국내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는 이번에도 호출을 받았다.
정부는 시간만 보내고 있을 때가 아니다. 미국 외에 대만, 일본, 중국 등도 반도체 패권을 쥐기 위한 경쟁이 한창이다. 어느 때보다 정부가 나서 반도체 특별법 처리에 속도를 높이고 반도체 산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또 다른 업계 인사는 "반도체 공급난이 여전하지만 중국으로 인력이 유출되면서 반도체를 만들고 싶어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며 "하루 빨리 반도체 특별법이 제정돼 반도체 학과 정원이 확대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