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20·30대 청년층의 가계대출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빚투(빚 내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열풍으로 부동산과 주식 투자에 나서는 청년층이 대폭 늘어난 결과다.
한은이 24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21년 9월)'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청년층(20대 및 30대) 가계부채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2.8%로 여타 연령층의 증가율(7.8%)을 크게 상회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 2분기 청년층 가계부채 비중은 26.9%로 파악됐다. 20대는 5.2%, 30대는 21.7%다. 청년층 가계부채 비중은 코로나19 이후 크게 확대되면서 2020년 말 전체 가계부채의 27%까지 상승했다.
청년층 가계대출의 경우 은행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올해 2분기 은행권 대출이 전체 대출의 69.8%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등으로 비대면 대출 서비스 경쟁이 심화되면서 모바일 활용도가 높은 청년층의 은행권 이용이 증가한 탓이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비중은 여타 연령층에 비해 낮지만, 청년층의 전월세 거주 비중이 높아 전세자금대출 비중(25.2%)이 여타 연령층(7.8%)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전세자금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시 원금상환분을 고려하지 않고 있어 상대적으로 규제 수준이 낮다"며 "청년 전용 버팀목 전세자금,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 등 청년층 주거지원을 위한 정부의 전세자금 지원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운영돼 청년층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최근 청년층 가계부채 증가 요인은 청년층의 전세자금대출이 높은 증가율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주담대 및 신용대출의 증가세도 확대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청년층 전세자금대출은 2019년 30.5%, 2020년 29.5%, 올해 2분기 21.2%의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청년층의 가계부채 증가 기여율은 2018~2019년 30.4%에서 2020년 이후 41.5%로 확대됐다. 이 중 주담대 및 신용대출의 기여율이 각각 1.5%에서 6.6%로, 8.3%에서 13.7%로 커졌다.
주택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청년층의 주택매입 거래가 늘어나면서 주담대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 수도권 아파트 매매 거래 중 청년층의 거래 비중이 36.6%를 차지할 정도다.
청년층 신용대출 증가율도 작년 이후 여타 대출보다 가파르게 상승해 올 2분기 20.1%를 기록했다.
작년부터 주가 상승 및 주요 기업 기업공개(IPO) 등 영향으로 개인의 주식투자가 확대되면서 청년층이 신용대출의 일부를 주식투자에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한은 측 분석이다.
실제로 미래·KB·NH·한투·키움·유안타 등 주요 증권사의 지난해 신규 계좌(723만개) 중 20~30대가 54%(392만개)를 차지했다. 지난해 기준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투자 등과 같은 기타 목적의 비중(20대 25.3%, 30대 20.7%)도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한은 관계자는 "청년층의 차입 레버리지 확대를 통한 자산 확대는 예기치 않은 자산 가격 조정 위험에 취약할 수 있으며, 부채 부담 등으로 건전한 소비 활동을 제약할 우려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은이 24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21년 9월)'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청년층(20대 및 30대) 가계부채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2.8%로 여타 연령층의 증가율(7.8%)을 크게 상회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한 은행 관계자가 원화를 들어 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