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시 대표 '청년 정책'인 서울시 청년수당이 내년에도 올해의 틀을 유지한 채 내실을 강화할 전망이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내년에도 현재의 정책 기조를 유지해 올해와 같은 600억원 안팎의 예산을 책정해 청년수당 사업계획을 수립 중이다.
19~34세, 중위소득 50~150%에 해당하는 미취업 청년 2만명에게 월 50만원씩 6개월간 지급하는 기본 틀은 올해와 동일하다.
단, 코로나19로 미취업 청년이 급증함에 따라 미취업 2년 경과 제한을 삭제해 미취업 상태면 지원 가능하다.
서울시가 2016년 전국 최초로 도입한 청년수당은 당시 정부의 반대를 딛고 저소득·미취업 청년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공감대를 얻으며 전국 지자체로 확산됐다.
2016년 대상자 3000명으로 출발해 2020년 3만명까지 늘었다. 올해부터 정부에서도 청년수당을 벤치마킹한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시행했다. 서울시는 대상자 중복을 피하고자 올해부터 중위소득 50% 이상 규정을 신설하고 대상자를 2만명으로 조정했다.
올해 새로 취임한 오세훈 시장은 청년청을 미래청년기획단으로 격상하는 등 청년서울을 강조하고 있으며, 단순히 자금을 지원하는데 그치지 않고 교육 프로그램이나 금융·일자리 관련 청년 정책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서울시는 우선 틀은 유지한 채 영테크, 청년사관학교 등 오 시장의 청년 공약과 연계해 전달체계를 구축하는 내실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음 치유, 진로 탐색, 취업 지원 등 기존에 청년수당에서 운영되던 청년 활력 프로그램도 전문가 조언과 현장 의견 수렴을 거쳐 보다 강화된 전달체계를 새로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했던 편의점 술·담배 소비 제한 문제는 내·외부 논의 결과 현실적으로 규제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청년수당의 편의점 술·담배 소비가 전체 금액 대비 낮은 수준이고, 이를 제한하는 시스템 도입에 최대 수십억원까지 예산 투입이 예상돼 실효성도 낮다는 판단이다. 이미 서울시는 청년수당 체크카드를 유흥업소 등에서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품목 제한을 걸어둔 상태다.
또한, 청년수당이 취업 지원 성격을 갖고 있지만, 미취업 상태에 놓인 저소득 청년들이 재도약할 시간을 벌어주는 취지 역시 갖고 있기에 생활비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실제 올해 청년수당 참여자 가운데 80% 가량이 중위소득 80% 이하인 저소득 청년들에 몰렸다.
한편, 서울시가 2019년 청년수당 참여자 400명을 대상으로 1년 후인 작년 8~9월 조사한 결과, 청년수당 참여자의 경제활동 경험 비율이 비참여자에 비해 13.5%p 높게 나타났다. 사회적 관계 정도도 비참여자에 비해 11.1점 높았다. 청년수당 참여자들은 생활여건 개선에 84.4점, 취·창업 준비에 75.6점에 만족도를 보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년수당은 미취업·저소득 청년들을 위한 유일한 정책수단으로, 내년에도 틀을 유지하면서 다른 사업들과의 전달체계를 강화하고자 한다”며 “청년수당 참여자 대부분이 저소득 청년인 상황에서 교통비나 식비 등의 생활비로 사용하는 부분까지 제한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취업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서울의 한 대학교 내 취업광장에서 한 학생이 책상에 엎드려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