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민의힘 대선주자를 놓고 경쟁관계에 있는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가 세 번째 TV토론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과거 홍 후보 발언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유 후보는 2017년 당시 홍 후보가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춘향인줄 알았는데 향단이었다', '탄핵 당해도 싸다', '허접하고 단순한 여자였다'고 말했다며 홍 후보를 걸고 넘어졌고, 홍 후보는 '국민이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이라며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27일 <뉴스토마토>는 홍 후보의 과거 발언이 사실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홍 후보가 2017년 3월29일 당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세미나에서 말한 내용 전문을 살펴봤다. 내용 확인은 협회의 도움을 받았다. 당시 세미나 영상을 확보해 발언의 진위 여부를 더 면밀하게 확인하려고도 했지만, 두 후보 캠프 모두 관련 영상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협회 측에서도 "올해부터 영상 촬영을 시작해서 2017년 영상은 확보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DDMC 채널A 스튜디오에서 열린 3차 방송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 후보는 전날 TV토론에서 '춘향인줄 알았는데 향단이었다', '탄핵 당해도 싸다' 등 박 전 대통령을 향한 과거 홍 후보의 발언을 두고 공세를 폈다. 직전 TV토론에서 자신을 배신자 프레임으로 공격했던 홍 후보에 대한 유 후보의 반격이었다. 유 후보는 홍 후보의 배신자 프레임 공세로 당의 최대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TK) 지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유 후보로서는 홍 후보의 과거 박 전 대통령 비판 발언을 계기로 삼아 자신을 향한 배신자 프레임의 부당함을 호소한 것으로 읽힌다.
이와 관련해 당시 홍 후보의 정확한 발언을 전하면 "지금 우파들은, 우파의 대표를 뽑아가지고 대통령을 만들어 놓으니깐 허접한 여자하고 국정을 의논하고. 단순해요. 제가 작년 말에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춘향이인 줄 알고 뽑았더니만 향단이었다. 그래서 국민이 분노하는 것이다. 그래서 탄핵 당해도 싸다. 그런데 사법적으로 탄핵하는 게 맞느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로 기록돼 있다.
"제가 작년 말에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는 소개가 전제되기 때문에 "춘향이인 줄 알고 뽑았더니만 향단이었다. 그래서 국민이 분노하는 것이다. 그래서 탄핵 당해도 싸다"는 말은 홍 후보 개인의 주관 견해로 보는 게 타당해 보인다. 다만 "대통령을 만들어 놓으니깐 허접한 여자하고 국정을 논의하고" 대목에서 '허접한 여자'는 국정농단의 주범인 최순실을 겨냥한 것이 확실해 보인다.
홍 후보는 지난 4월 유튜브 채널인 '고성국TV'에 출연해 '향단이 발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전했다. 그는 '향단이 발언'의 진위 여부를 묻는 패널들 질문에 "내가 생각하는 게 아니고 국민들 생각이다. (당시 세미나에서) '춘향인 줄 알았는데 향단이었다, 그래서 화가 많이 난 것이다, 그렇게 알고 탄핵이 진행이 된 것이다' 그것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그 이야기를 했다"며 "그 이야기를 했는데 앞뒤 다 빼버리니 내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말하자면 몰아간 것으로 돼 버렸다"고 했다. 홍 후보는 전날 TV토론에서도 "춘향이인줄 알았는데 향단이었다, 그것은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했다는 그 뜻"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영상에 다 나와 있다'는 유 후보 지적에 "가만히 있어 봐요"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JTBC 뉴스룸 코너인 ‘비하인드 뉴스’에서 2017년 3월29일 당시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의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세미나 발언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JTBC 뉴스룸 화면 캡처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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