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가 매각한 아너, 부활 신호탄…"애플 잡겠다"

중국 점유율 16.2%, 프리미엄폰 '매직3' 견인
화웨이 충성고객 흡수 전략…애플, 가격인하로 '맞대응'

입력 : 2021-09-29 오후 3:46:35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중국 화웨이가 미국 제재를 못 버티고 매각한 '아너(Honor)'가 중국에서 부활 신호탄을 쏘아올리고 있다. 아너는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된 화웨이의 충성고객을 흡수해 애플을 잡겠다는 포부다. 
 
29일 외신을 종합하면 아너는 8월 중국 4000~8000위안(약 73만~150만원) 가격대의 시장에서 점유율 16.2%를 기록했다. 아너는 지난해 6월 중국내 시장점유율 16.7% 찍은 후 한때 3%까지 추락한 바 있다. 현재는 지난해 최고치와 유사한 수준으로 회복한 셈이다. 
 
아너는 지난해 말 화웨이가 매각한 중저가 브랜드였다. 매각 전 아너의 브랜드로 팔린 화웨이 스마트폰은 7000만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스마트폰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스마트폰 사업을 축소해야 했다. 
 
중국 심천에 있는 아너의 본사 전경. 사진/아너 웨이보
 
이제 아너는 저가 제품을 넘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 8월 출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매직3가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을 보인다. 아너가 저가 위주였던 주력 시장을 프리미엄 시장까지 넓히려는 것은 고성능 스마트폰을 찾는 중국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시장조사기관 ZDC에 따르면 상반기 5000만~1억화소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2.1% 증가했다. 
 
아너는 중국에서 입지를 다진 애플을 잡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아너는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8.9%의 점유율로 5위에 올라있다. 애플은 10.9%로 4위다. 자오밍 아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진행된 '아너 매직3 기술 컨퍼러스'에서 "아너의 가장 큰 라이벌은 애플"이라며 "애플과 경쟁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애플은 만만치 않은 상대다. 최근 아이폰13을 출시한 애플은 중국내 입지를 다지기 위해 가격 인하 정책을 들고 나왔다. 아이폰13 시리즈의 가격을 전작인 아이폰12보다 300~800위안 저렴하게 책정했다. 글로벌 출시 가격은 전작과 동일한 수준인 반면 중국에서만 가격을 낮춘 것이다. 이러한 전략이 통했는지 아이폰13은 공개 당시 혁신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음에도 중국에서 사전예약 판매량이 500만대를 넘었다. 
 
중국 심천에 있는 아너의 본사 전경. 사진/아너 웨이보
 
아너가 현실적으로 기댈 곳은 화웨이 충성고객이다. 물론 중국 소비자도 화웨이가 지난해 말 아너를 매각한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아너는 소유주가 바뀌었을 뿐 화웨이 출신 경영진 다수와 임직원 약 7000명이 그대로 승계됐다. 이 때문에 화웨이와 서브 브랜드였던 아너를 동일시하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 충성고객들 중에 아너의 스마트폰으로 갈아탄 소비자들이 많을 것"이라며 "아너가 화웨이의 네트워크와 R&D, 충성고객을 그래도 흡수하면서 중국내 점유율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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