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1일 "이제는 대북 제재 완화를 검토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북한을 계속 설득하며 미국과의 대화에 나올 수 있도록 하나의 인센티브로 이러한 협의를 해보자는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다만 정 장관은 대북 제재 완화의 전제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비핵화 문제는 남북·북미관계를 개선하는 데 있어서 대전제"라며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북한에 실질적 조치를 취하게 하는 것도 대전제다. 그것이 안 되고서는 북미 간 대화가 성사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연일 공개석상에서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미국의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달 22일 뉴욕의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CFR) 초청 대담에서 "우리는 북한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일에 소극적이어서는 안 된다"며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한 바 있다.
또 지난달 30일(현지시간)자로 공개된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도 "현 상태가 계속되면 북한의 미사일 능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북한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장관은 일단 대북 제재를 완화 혹은 해제한 뒤 북한이 의무를 불이행하면 다시 복원하는 '스냅백' 방식을 택해야 언급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제재 완화를 먼저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조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정 장관의 일련의 입장이 마치 북미교착의 책임이 미국 측에 있다는 뜻으로 잘못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정 장관은 "평가는 존중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미국 조야에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솔직히 현재 같은 상황이 계속되는 것은 한국이나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의 이러한 입장은 미국에도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한미 북핵수석대표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페어몬트호텔에서 협의를 마친 뒤 공동 회견을 열어 북한과의 대화가 재개될 경우 모든 범위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향후 북한 비핵화 뿐만 아니라 대북 제재 완화 문제도 의제로 삼을 수 있다는 데 여지를 남긴 것이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북한과 모든 양자, 지역 이슈를 논의하기 위한 관여에 열려있다"며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우리는 북한에 적대적인 의도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1일 오후 국회에서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