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끊어졌던 남북 통신연락선이 4일 복원됐다.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해 통신선을 차단한 이후 55일 만의 정상 복원이다. 정부는 통신선 복원을 계기로 남북 간 관계 회복과 군사적 긴장 완화가 이뤄지길 기대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10·4 남북공동선언 14주년이다.
통일부는 "오늘 오전 9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개시통화가 이뤄지면서 남북 통신연락선이 복원됐다"고 밝혔다.
국방부도 "남북 군사당국은 오전 9시부로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완전 복구해 모든 기능을 정상화했다"며 "현재 광케이블을 통한 남북 군사당국간 유선통화 및 문서교환용 팩스 송·수신 등 모든 기능이 정상적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서해 우발충돌방지를 위한 서해 불법조업어선 정보교환도 정상적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방부는 "북한은 우리 해군 경비함이 '국제상선공통망'을 활용한 시험통신에는 응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측은 앞으로 '국제상선공통망'을 통한 남북 함정간 시험통신도 지속 시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남북 통신선 복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10월 초부터 북남 통신연락선들을 복원하겠다"고 밝힌 지 닷새 만에 이뤄졌다. 북한은 지난해 6월 남측에서의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통신연락선 사용을 중단했다. 이후 13개월 만인 7월27일 남북 정상 간 합의에 따라 복구했다가, 8월10일 한미연합훈련을 이유로 북한은 또 다시 통화에 응답하지 않았다.
통일부는 이번 통신선 복원에 대해 "남북 통신연락선이 연결됨으로써 한반도 정세 안정과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토대가 마련되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는 남북 간 통신연락선의 안정적 운영을 통해 조속히 대화를 재개해 남북합의 이행 등 남북관계 회복 문제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실질적 논의를 시작하고, 이를 진전시켜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방부도 "이번 남북 군사당국간 군통신선 복구 조치가 앞으로 한반도의 실질적 군사적 긴장완화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북한의 통신선 복원 의사를 전하며 "남조선(남한) 당국은 북남(남북) 통신연락선의 재가동 의미를 깊이 새기고 북남관계를 수습하며 앞으로의 밝은 전도를 열어나가는 데서 선결되어야 할 중대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언급한 '선결되어야 할 중대과제'는 김정은 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수차례 강조한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와 탄도미사일 발사 등에 대한 '이중 기준' 철회를 뜻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통신선 복원은)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이고 노동신문을 통해 북한 전 주민들에게 알렸다는 측면에서 곧장 통신선을 다시 중단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제기하는 근본 문제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대화를 통해 비핵화 평화로 갈 수 있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 7월27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서울사무실에서 우리 측 연락대표가 유선으로 북한 측과 통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