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서윤 기자] 6년간 삼계 신선육(삼계탕용 닭고기)의 가격을 짬짜미한 하림·올품·마니커 등 7개 업체가 공정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자신이 판매하는 물량 가격을 올리기 위해 가격 인상과 출고량 조절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삼계 신선육의 가격과 출고량을 담합한 하림 등 7개 닭고기 판매 업체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251억3900만원을 부과한다고 6일 밝혔다.
과징금 부과 업체는 하림 78억7400만원, 올품 51억7100만원, 동우팜투테이블 43억8900만원, 체리부로 34억7600만원, 마니커 24억1400만원, 사조원 17억2900만원, 참프레 8600만원이다. 하림과 올품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키로 했다.
이들은 삼계 사육을 농가에 위탁해 농가에 병아리·사료 등을 제공한 후 다 자란 삼계 닭을 공급받아 도축해 판매하는 사업자다. 농가는 그 대가로 자신이 사육·공급한 물량에 따라 정해진 수수료를 지급받는 형태다.
위반 내용을 보면, 참프레를 제외한 6곳은 지난 2011년 9월부터 2015년 6월까지 9차례에 걸쳐 삼계 신선육의 가격 인상을 합의했다. 참프레의 경우 이 기간 이후 출고량 조절 담합에만 가담했다.
삼계 신선육 판매 가격은 한국육계협회가 주 3회 조사해 고시하는 시세에서 일부 금액을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이들은 협회 회원사들로 시세 조사 대상이 자신들이라는 상황을 활용해 손익 개선을 목적으로 시세를 인위적으로 상승·유지시키기로 하는 내용을 합의했다.
또 각자 결정해야 할 할인금액의 상한 또는 그 폭을 합의하거나, 최종 판매가격 인상을 곧바로 합의하기도 했다.
지난 2011년 7월부터 2017년 7월까지 7곳 모두 삼계 신선육 공급을 줄여 가격을 올리기 위해 출고량 조절도 합의했다. 2012년 6월~2017년 7월에는 총 8차례에 걸쳐 이미 도계 후 생산된 삼계 신선육을 냉동 비출하기로 합의, 시장 유통 물량을 줄었다.
참프레를 제외한 6곳은 7차례에 걸쳐 삼계 병아리 입식량(사육을 위해 농가에 투입하는 병아리 물량)을 감축·유지하기로 합의하고 생산 물량 자체를 근원적으로 제한했다. 입식량을 줄일 경우 병아리가 닭으로 성장하는 기간인 1개월 후부터 삼계 신선육 생산량 감축 효과가 나타난다.
이 사건 담합은 이들이 회원사로 가입한 한국육계협회 내 삼계위원회, 통합경영분과위원회 등 모임을 통해 이뤄졌다. 여기서 이들은 삼계 신선육 시장의 연간 수급·유통 상황을 전반적으로 통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여름철 삼복 절기를 앞두고는 최대 1~2주 간격으로 담합 모임을 갖고 가격과 출고량을 합의했다.
특히 이들이 국내 삼계 신선육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지난 2017년 도계량을 기준으로 93.2%에 달했다. 공정위는 이들의 출고량 조절 공동 행위가 공정거래법 적용이 배제되는 정부의 수급 조절에 따른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심의한 바 있다.
심의 결과, 출고량 조절에 대한 구체적인 정부의 행정지도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들의 출고량 조절 목적이 인위적으로 가격을 상승시켜 자신들의 이익을 보전하려 했다는 점에서 공정거래법 적용이 배제되지 않는다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전상훈 공정위 카르텔조사과장은 "지난 2006년 삼계 신선육 시장의 가격·출고량 담합에 대해 시정명령을 부과한 바 있다. 하지만 재차 담합이 발생해 이번에는 고발·과징금 부과 등 엄중 제재했다"며 "향후 시장에서 경쟁질서가 확립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6일 삼계 신선육의 가격과 출고량을 담합한 하림 등 7개 닭고기 판매 업체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251억39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사진/하림 홈페이지 첫 화면 캡처.
세종=정서윤 기자 tyvodlo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