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1969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매출 70조원 시대를 열었다. 영업이익도 역대 두번째로 높은 성적을 냈다. 반도체의 견조한 수요와 스마트폰 판매 호조가 매출 증대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8일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잠정 매출이 73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7.9% 오른 15조8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4.7% 올랐고 영업이익도 25.7%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매출이 70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분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3분기(66조9641억원) 매출을 1년 만에 넘어섰다. 영업이익도 반도체 호황기였던 2018년 3분기(17조5700억원)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이는 시장의 기대치에도 부합하는 실적이다. 당초 시장에선 매출 73조9297억원, 영업이익 15조8311억원으로 예상한 바 있다.
잠정 실적 발표에선 사업부문별 구체적 수치를 공개하지 않지만 시장에선 이번 실적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이 견인했을 것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인 D램 수요가 늘면서 반도체값이 강세를 보인 게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9월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고정거래가격은 4.1달러로 나타났다. 이 가격은 지난 7월 4.1달러로 전월 대비 7.8% 증가한 이후 두달 째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또 반도체 공급난으로 파운드리(위탁생산) 주문량이 증가한 점도 실적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반도체 부문에서만 9조원 후반대에서 10조원 초반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유악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메모리 반도체는 D램과 낸드의 가격이 전분기 대비 상승하고, 수요 역시 호조를 보이면서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이 나타날 것"이라며 "비메모리 부문도 수요 성수기에 진입하며 출하량이 증가하고 일부 고객들과의 파운드리 계약 가격도 상승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3세대 폴더블폰 '갤럭시 Z 폴드3'와 '갤럭시 Z 플립3'. 사진/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3세대 폴더블폰을 앞세워 호실적도 주도하고 있다.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는 정식 출시 39일 만에 국내 판매량이 100만대를 돌파했다. 바(Bar) 형태의 스마트폰을 모두 포함해 역대 3번째로 빠른 기록이다.
이번 갤럭시Z시리즈는 사전예약 고객 대상 개통 첫 날에만 27만대가 개통됐다. 삼성전자는 기대 이상의 수요에 사전 개통 기간을 처음으로 2차례 연장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 부문은 3분기 영업이익이 3조원 후반대로 늘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폴더블폰의 선전에 힘입어 디스플레이 사업도 1조 후반대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다만 상반기까지 '효자' 역할을 했던 소비자가전(CE) 사업은 다소 주춤했을 것으로 보인다. TV 판매 부진과 생활가전의 원재료 및 물류비 증가 영향으로 6000억~7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다.
시장에선 4분기에도 삼성전자의 견조한 실적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3분기보다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4분기 D램 가격이 3분기 대비 평균 3~8%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같은 기간 낸드플래시는 0~5% 하락한다고 전망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