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2일 기준금리를 또 다시 인상할지 여부를 놓고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현 금리가 유지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4차 대유행'이 여전히 심각한 점과 미국 부채한도 협상, 중국 헝다그룹 사태 등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반면, 가계부채 누증·부동산 폭증 문제도 심각해 11월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11일 한은에 따르면 12일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통해 현재 0.75%인 기준금리의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앞서 금통위는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0.5%까지 낮춘 바 있다. 이후 올해 7월까지 9차례 연속 같은 수준을 유지해오다, 8월 0.25%포인트 인상한 0.75%로 결정했다.
업계는 최근 경기 지표가 부진한 점, 코로나19 재확산이 심상치 않은 점 등을 들어 금통위가 두 번 연속 금리를 올리기는 부담스러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가 지난달 27~30일 채권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보면, 응답자 100명 중 87명은 이달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한은이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것은 최근 금융불균형 문제가 워낙 심각하기 때문"이라며 "다만 지난 8월 금리 인상은 예상보다 좀 더 빨리 이뤄졌다. 이 같은 흐름을 감안하면 두 번 연속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은 조금 낮다. 인상이 이뤄지더라도 다음 달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두 차례 연속 금리 인상은 자칫 국내 실물경제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특히 물가 불안이 이어지며 취약 계층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당장 금리 인상이 단행될 시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상은 이달 12일 미뤄진다 해도 오는 11월에는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총생산(GDP) 갭, 인플레이션의 장기화, 외환시장 불안 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금리 인상 조치가 내려져야 한다"며 "한은은 여러 차례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하겠다고 밝혀 왔다. 이번이 아니더라도 내달에는 금리 인상이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또 서영경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지난달 29일 열린 한 세미나를 통해 "지난 8월 기준금리 인상에도 현재의 통화정책은 여전히 완화적"이라며 추후 기준금리 인상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서 위원은 "우리나라의 금융불균형 정도는 심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소폭의 금리인상으로 금융불균형을 되돌리는 데 한계가 있으나 통화정책 기조변화의 신호역할을 통해 경제주체들의 위험추구 행위 및 레버리지 투자와 자산 가격 급등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1일 한은에 따르면 이달 12일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통해 현재 0.75%인 기준금리의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사진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모습. 사진/한국은행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