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유승민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광주·전남·전북 합동토론회에서 복지 정책과 주술 논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놓고 격하게 충돌했다.
주도권 토론 마지막에 유 후보는 "윤 후보가 질문하는 것과 관계없는 답변을 한다"며 비판을 이어갔고, 윤 후보는 "이런 질문은 후보자 비방으로 답변할 필요가 없다"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11일 KBS 광주방송총국에서 열린 광주·전남·전북 합동토론회에서 유 후보는 윤 후보를 향해 "복지, 가난, 빈곤 문제에 대한 해법을 내놓고 문제를 해결하는 게 정치인 역할이라고 생각하는데 윤 후보의 복지 정책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유승민, 복지로 포문…"생각은 있을 것 아니냐"
윤 후보가 "굉장히 포괄적이지만 크게 두 가지"라면서 "아주 어려운 사람에게 두툼하게 복지를 해주자는 것과 규모의 경제나 보편적 복지로 할 만한 것을 사회 서비스를 통해 복지 자체에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자는 것"이라고 답하자, 유 후보는 "복지에 무슨 규모의 경제가 있냐"고 지적했다.
곧바로 유 후보는 "윤 후보의 복지정책은 문재인 정부보다 복지를 올릴 거냐, 내릴 거냐, 동결할 거냐"고 물었다. 윤 후보가 "전, 그런 접근이 아니다"라고 답하자, 유 후보는 "그래도 대통령이 돼 국정운영을 맡으면 복지정책에 대해 문 정부와 비교해 어떻게 된다는 생각은 있을 것이 아니냐"고 다시 따졌다.
윤 후보는 "늘 말씀드린 것은 복지 지출을 체계화하고 효율화해 불필요한 기본소득을 없애고 어려운 사람에게 주자는 것"이라고 해명하자, 유 후보는 "지금 기본소득은 없다"고 바로 잡았다. 윤 후보가 "재난지원금 막 주는 것 있지 않냐"고 반박하자, 유 후보는 "그건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위한 코로나 대책이고 저는 복지 전반 수준의 방향을 묻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윤 후보가 "코로나 긴급 구조를 위해서는"이라며 말을 이어가려 하자, 유 후보는 "코로나 말고 대통령이 됐을 때 복지 정책을 문 정부와 비교해 어떻게 하겠다고 하면 된다"고 재차 물었다. 그제야 윤 후보가 "문 정부와 비교하긴 어렵지만 국민들이 문 정부는 어떤 원칙 없이 썼다"고 하자, 유 후보는 "알겠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원희룡·유승민·윤석열·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11일 오후 광주 서구 KBS광주방송국에서 호남권 합동토론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부인이 정법 소개했나, 검찰총장 사퇴도 상의했나"
복지 질문으로 한 차례 긴장감이 오간 상황에서 유 후보는 이번엔 주술 논란을 꺼내 들었다. 유 후보는 "천공 아느냐, 지장을 아느냐, 이병환을 아느냐는 질문을 드렸더니 윤 후보의 지지자들이 저한테 거칠게 항의하고 욕을 했다"며 "근데 저는 이 문제가 국가 지도자인 대통령의 판단에 관한 문제이고, 대통령이 의사결정을 할 때 '누구 이야기를 듣느냐', '누구와 상의하냐'라는 중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이어갔다.
유 후보는 "(윤 후보가) 토론 끝나고 저에게 '정법은 미신이 아니다', '미신이라고 말하면 명예훼손이 될 수 있으니 정법 유튜브를 보라', '정법을 따르는 사람이 많다' 해서 제가 유튜브를 몇 개 봤는데 저는 무지 황당했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직접 본 유튜브 정법의 내용을 일일이 읽었다. 유 후보는 "정법은 '내 손바닥이 빨간 이유가 에너지가 나가기 때문이고 이걸로 암 걸린 환자가 피를 토하고 암을 나았다', '김일성 삼부자가 통일 이뤄내고 영웅 중의 영웅 집안이 탄생해 노벨상을 받게 될 것이다', '기독교에서 성령을 받들거나 무당에게 성령을 받들거나 똑같다', '백두산이 정월 초하루에 영하 수십 도가 되는데 정법이 가면 칼바람이 멈추고 봄 날씨가 된다'고 했다"며 "윤 후보는 이 사람을 어떻게 알게 됐냐"고 꼬집었다.
윤 후보는 "제가 그때도 이 분이 올린 것이 만 개가 된다고 했고 그런 것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제가 그 말을 믿으리라 생각하냐"고 반문했다. 유 후보는 "아니다"라며 "황당한 말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라고 자신의 질문 핵심을 짚었다.
윤 후보는 억울한 듯 "제가 26년에 1년은 학계까지 27년 법조계 생활했고, 그야말로 칼 같은 이성과 증거, 합리화로 업무결정을 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유 후보는 재차 "저는 이런 사람을 어떻게 알게 됐냐고 묻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 후보는 "과거 어떤 분이 유튜브에 재밌는 것이 있다고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유 후보는 "부인(김건희씨)이냐"고 물었고 윤 후보가 "부인에게 이야기해준 분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유 후보가 "정법을 만났냐"고 다시 물었고 윤 후보는 "만난 적이 있는데 오래됐다"며 "부인하고 같이 만났다"고 답했다.
이어 유 후보가 "검찰총장을 그만둘 때도 이 사람이 조언했냐"고 묻자, 윤 후보는 "아니다"라며 "그만두라는 사람은 수백 명이었고, 저는 끝까지 국민과의 약속이기에 임기 지키려고 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유 후보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할 때 '구속수사를 세게 할 것인가, 말 것인가'도 조언을 했냐"고 묻자, 윤 후보는 황당하다는 듯 "박근혜 대통령은 조사 자체를 하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후보가 "황당한 사람이 헛소리하면 명예훼손으로 고발해야 되는 거 아니냐"며 주술 논란을 재차 묻자, 윤 후보는 "재미로도 볼 수 있다"며 "만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유 후보가 "이 사람이 윤 후보의 멘토니, 지도자 수업을 시켰다 등의 소리를 한다"고 하자 윤 후보는 "제가 모르니까 만났고, 최보식 칼럼 나오자 마자 '이건 아니다' 생각해서 그 이후로 서로 연락하거나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부인 관계 없나"
유 후보가 윤 후보의 부인과 장모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물으면서 양측 감정은 과열됐다. 유 후보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부인이나 장모는 관계 없냐"며 "소환 통보는 받았냐"고 묻자, 윤 후보는 "관계 없다"며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니 제게 보복하기 위해 말도 안 되는 경찰 내사보고서를 뉴스타파에 누군가가 흘렸다"고 했다.
유 후보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부인이 연루되지 않다고 믿고 계시는데, 드러난다면 어떻게 하실 것이냐"고 따지자, 윤 후보는 "그럴 리가 없고, 저의 정치 행보를 방해하기 위해 1년6개월째 특수부 동원해 조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유 후보가 재차 "박영수 특검하고 윤석열 수사팀장의 적폐수사는 다 잘한 거고, 지금 문재인 검찰이 윤석열 후보의 부인이나 장모의 주가조작 사건이나 배임 사건을 수사하는 건 정치적 수사로 보는 거냐"고 따지자, 윤 후보는 "전례가 없다"며 "1년6개월째 뭐가 안 나왔다"고 불쾌감을 내비쳤다. 또 윤 후보는 "제가 26년 동안 공직자 하면서 돈을 피해 다닌 사람인데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시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 후보도 지지 않고 윤 후보를 쳐다보며 "지금 제가 질문하는 것에 관계 없는 답변을 하고 계신다"고 비판하자, 윤 후보는 "앞으로 이런 질문을 하시면 후보자 비방이기에 답변할 필요가 없다"고 경고했다. 유 후보가 곧 바로 "제가 질문하는데 방해하시는 거냐"고 응수하자, 윤 후보는 "방해하는 게 아니라 성의있게 답변한 것"이라며 어이없다는 듯 "하 참"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윤 후보는 마무리 발언 시간을 통해 유 후보에 대한 불쾌감을 재차 드러냈다. 윤 후보는 "여기에서 비방성 논의가 오고 간 것에 대해 참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더 건설적인 논의를 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원희룡·유승민·윤석열·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11일 오후 광주 서구 KBS광주방송국에서 호남권 합동토론회에 앞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