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CB 일정 미루는 상장사…불성실공시법인 쏟아지나

코스닥 기업 CB·유증 6개월 미루면 거래소 제재…"증시 하락 길어지면 공시번복 쏟아질 수도"

입력 : 2021-10-1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던 코스닥 상장사들이 자금조달 일정을 미루면서 올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 대거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장사들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리스크에도 자금 조달 시기를 늦추는 것은 주가 하락의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증시 하락 폭이 깊어지면서 기존에 계획했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선 당초 계획보다 많은 CB와 주식 발행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증시가 본격적으로 조정장에 들어선 추석 연휴 이후 지난달 23일부터 전일까지 코스닥 기업이 CB나 유상증자 납입일을 미룬 건은 각각 13건, 16건으로 총 29건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CB 7건, 유증 2건)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7.14%, 10.13% 급락했다.
표/뉴스토마토
 
상장사들이 자금조달 일정을 미룬 것은 최근 급격한 증시 조정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금조달 계획을 세웠을 당시 주식 발행가액·전환가액보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동일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더 많은 수량의 CB나 주식 발행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금조달 계획이 늦춰지면서 한국거래소의 제재가 우려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는 △상장사가 반드시 알려야 할 내용을 공시하지 않거나(공시불이행) △이전에 공시한 바를 뒤집거나(공시번복) △기존에 공시한 내용을 대폭 변경하면(공시변경)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한다. 특히, 자금조달과 관련해서는 코스닥 기업의 경우 유상증자나 CB의 납입기일을 6개월 이상 연기하면 ‘공시변경’ 위반에 해당한다.
 
이미 CB나 유상증자의 납입일을 4개월 이상 연기한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파라텍(033540)한주케미칼앤홀딩스(043090), 베노홀딩스(206400), 마이더스AI(222810) 등은 CB나 유상증자의 납입일을 4~5개월씩 미뤘다. 
 
한주케미칼앤홀딩스는 지난 3월 75억원 규모의 CB 발행을 결정했다. 그러나 납입 시기가 늦춰지면서 지금까지 마무리 짓지 못했다. 이번에 당초 5월31일이던 납입기일은 현재 10월29일까지 미뤄진 상태다. 마이더스AI와 파라텍은 유상증자 납입일이 5개월씩 연기됐으며, 베노홀딩스도 유증 일정이 4개월 미뤄졌다. 특히 파라텍의 경우 지난 2월 공시번복으로 8점의 벌점이 부과된 상태라 추가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될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에 따른 부과 벌점이 5점 이상이면 1일간 매매 거래가 정지되고, 1년간 누계 벌점이 15점이 넘으면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주가가 낮아진 상황에서 기존에 계획한 주식 발행 수량을 맞추면 자금조달 금액이 낮아지는데 이 역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대상이 될 수 있다. 유상증자 발행금액 100분의 20 이상 변경하는 것 역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사유가 되기 때문이다.
 
증시조정이 길어질수록 유상증자나 CB발행 규모를 줄이거나 발행 일정을 연기, 철회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수 있어 기업들의 자금조달 일정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증시조정이 길어질 경우 상장사들의 자금조달 걸림돌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공시번복이나 변경에 따른 한국거래소의 제재까지 받을 수 있다”며 “작년의 경우 증시가 급격히 하락한 이후 급격히 회복하면서 CB발행 철회나 유상증자 철회가 많이 나타나진 않았지만,  증시 하락이 이어지는 시기에 공시번복이나 변경이 많아지는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박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