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안머티리얼스, 먹튀 논란…신사업·유증도 차질

'사공 잃은' 성안머티리얼, 자금조달 명분도 잃어
'먹튀' 수단된 신사업…CB 전환 후 김인겸 대표 사임

입력 : 2024-10-1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성안머티리얼스(전 성안(011300))가 차세대 먹거리로 점찍은 반도체 신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신사업을 주도할 계획이던 김인겸(Jonh Kim) 대표가 취임 2개월만에 사임한데다, 신사업 추진을 위한 자금 조달까지 연기되면서 추진 동력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신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지만 김 대표 취임 후 두 달 동안 일부 전환사채(CB) 투자자들은 수십억원의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에 성안머티리얼스의 신사업 추진이 CB 투자자들의 안정적인 차익 실현을 위해 설계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동력 잃은 신사업…대표 사임·유증 연기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성안머티리얼스는 지난 8일과 10일 2영업일 동안 총 9건의 자금조달 계획을 정정공시했습니다. 100억원 유상증자 1건과 50억원 유증 6건의 납입대상과 납입일이 변경됐으며, 3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25억원 규모의 CB 납입 대상도 변경됐습니다. 총 750억원 규모입니다.
 
성안머티리얼스의 자금조달 납입 대상 변경은 김인겸 전 대표의 사임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성안머티리얼스는 지난 2일 김 전 대표가 사임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지난 8월 성동훈, 김인겸 각자대표 체제로 변경된지 두 달도 안 된 시점입니다.
 
앞서 성안머티리얼스는 지난 8월16일 김 전 대표를 영입한 이후 반도체 신사업 추진 계획을 밝혔습니다. 김 전 대표이사는 삼성전자·인텔·브로드컴·퀄컴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서 근무한 IT 전문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성안머티리얼스는 20일 보도자료를 배포해 “그동안 미래 먹거리로 반도체·IT 분야로 진출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고, 앞으로 김인겸 대표이사가 신사업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며 “반도체 신사업 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미국 기업의 투자유치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김 대표가 사임하면서 자금조달 계획도 차질이 생겼습니다. 자금 조달 방안 대부분이 김 전 대표 영입과 동시에 이뤄졌던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김 전 대표가 대표로 있는 이엘엠시스템을 대상으로 총 400억원 규모의 유증을 진행할 계획이었습니다. 유증이 완료될 경우 최대주주는 이엘엠시스템으로 변경됩니다. 김 대표의 사임으로 신사업 및 자금 조달의 명분도 사라진 것입니다.
 
신사업 공수표 되나…페이퍼컴퍼니가 700억 조달
 
성안머티리얼스는 김 대표 사임 이후 자금 조달 대상자를 변경했지만 원할한 조달이 가능할지는 의문입니다. 김 전 대표가 사임하면서 400억원 유증과 300억원의 BW 발행 대상은 블루문스튜디오라는 법인으로 변경됐습니다. 
 
블루문스튜디오는 레드선이라는 유튜브제작사의 종속회사로 영업활동이 없는 장부상 회사에 가깝습니다. 레드선 역시 2021년 이후 제작 영상 없으며, 2020년 기준 완전자본잠식에 2023년 고용인원 1명인 회사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 않습니다. 레드선과 블루문스튜디오의 대표로 있는 김남표씨는 과거 초록뱀미디어(047820) 신사업부분 대표로 활동했던 인물로 확인됩니다.
 
CB 주식전환 전 주가부양 의혹
 
일각에선 김 전 대표의 취임과 신사업 추진이 주가 부양 재료로만 활용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합니다. 
 
실제 성안머티리얼스의 일부 CB는 김 전 대표의 취임 및 신사업 진출 시점에 대거 주식으로 전환이 이뤄졌습니다. 김 전 대표의 사내이사 취임 전후로 주식전환이 이뤄진 CB만 89억원(1091만8853주) 규모에 달합니다. 이는 작년 말 성안머티리얼스 전체 발행주식(6735만1047주)의 16.21%에 달합니다. 해당 CB들은 콜옵션(주식매수 청구권) 및 장외매도를 통해 ‘5%룰’을 피해 시장에 풀린 것으로 파악됩니다.
 
성안머티리얼스가 발행한 CB 중 전환가액이 가장 낮은 것은 지난해 발행한 140억원 규모의 1회차 CB인데요. 전환가액 719원이던 1회차 CB의 경우 김 전 대표가 각자대표에 취임한 지난 8월 해당 CB의 주식전환청구 시점이 도래했습니다. 해당 CB는 김 전 대표 취임 시기인 2개월 동안 59억원 규모의 주식전환이 이뤄졌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사업 추진과 동시에 CB의 ‘쪼개기’ 매각과 주식전환이 이뤄졌는데 사전에 CB 투자자들과의 협의가 있었을 것”이라면서 “신사업 역시 단순 주가부양 재료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성안머티리얼스 관계자는 “신사업 추진이나 자금조달과 관련해선 경영진이 판단할 사항으로 아는 것이 없다”면서 “따로 답변할 것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성안머티리얼스 홈페이지 캡처)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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