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연 2000억원이 넘는 K-바우처 사업이 공급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불필요한 행정력이 낭비되고 이용자 편의성은 떨어져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경만 의원에 따르면, K-바우처사업은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고 비대면서비스 공급기업의 육성을 목적으로 한다.
'중소기업기본법' 제2조에 따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업당 연간 400만원 범위 내에서 화상회의, 재택근무 솔루션 등의 비대면 서비스 활용을 지원하며 2020년 2880억원, 2021년 2160억원의 예산으로 올해 8월까지 총 14만 개사에 바우처를 배정했다.
하지만 지난 5월 창업진흥원은 약 4만개의 수요기업을 대거 탈락시키고 7월에 추가 모집을 했다. 2021년 바우처를 배정받은 수요기업 수가 8월 말 기준 6만1854개인 점을 감안하면 탈락기업 수 4만개는 적지 않은 숫자란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결제 기간 내 바우처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기업과 일부 사용 후 남은 바우처를 포기한 기업이 탈락했으며 이들에게 배정된 바우처는 환수 후 후순위 기업에 배정했다.
김 의원은 "바우처를 배정받고도 쓰지 않은 기업이 많다는 것은 구매 대상 서비스의 매력도가 떨어지거나 시스템 이용 과정이 복잡하거나 처음부터 구매 의사가 없이 허위로 배정을 받은 기업이 많았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3월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수요 기업 등에 현금과 현물을 제공하고 사업 신청을 유도하거나 조직적으로 사업 대리 신청을 하는 등 부정행위 정황 9건을 수사 의뢰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선정된 공급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경쟁제한적 환경이 서비스 가격을 지원 한도 금액과 동일하게 맞추는 지대추구행위를 야기한다"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1개 공급기업 결제한도액을 200만원으로 낮췄지만, 비대면 바우처 플랫폼 사이트를 확인한 결과 총 2401개 서비스 가운데 40.7%에 해당하는 887건이 1회 한도금액인 200만 원으로 가격이 책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바우처 신청과 결제 방법이 복잡해 PC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소상공인은 서비스 접근이 어려운 문제도 거론됐다. 이와 관련, 중기부는 공급기업이나 중개책·판매책 등에 의한 사업신청 대리 행위를 막기 위해 동일 IP로 신청할 수 없도록 막고 수요기업에게 바우처 이용계획까지 추가로 작성하도록 했다. 온라인 사용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소상공인은 관련 협회 등 제3자의 도움도 받을 수 없게 돼 진입장벽은 더욱 높아졌다는 게 김 의원 주장이다.
김 의원은 “바우처 신청과 결제 과정은 누구나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면서 "수요기업 추가 모집 때마다 선착순으로 신청하게 하지 말고, 서비스 분야별로 우선 배정 기준을 마련해 수요기업이 한 번 신청해두면 기준에 따라 순차적으로 기회를 부여하는 등 이용자 입장에서 편의성을 제고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급기업을 선정하는 대신 시중의 비대면 서비스 가운데 우수한 서비스를 구매한 중소기업이 사후에 이용금액 일부를 환급받을 수 있는 사후정산 방식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김경만 의원. 사진/김경만 의원실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