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대출 옥죄기, 금리 인상 등에도 꺾일 줄 모르는 가계부채를 두고 정부의 관리 역량에 의문을 가지는 시각들이 늘고 있다.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율을 연간 6% 수준에서 관리하겠다고 밝혔지만, 가계대출 억제가 어려운 현 상황에서 목표 달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6%'라는 가계부채 총량 관리 목표에만 치중한 나머지 방법에 대한 고민이 부족, 땜질식 보완책만 내놓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시각도 나온다.
19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6%대(최고 6.9%)로 설정하고 지난 7월부터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철저하게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1~9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 누적 증가액은 95조3000억원으로 집계, 지난해 말 가계대출 잔액(1632조원)을 기준으로 증가율이 이미 5.85%에 달했다. 올해 목표치인 6%대를 기록하기 위해서는 남은 10~12월 3개월간 대출 절벽이 불가피한데, 전세대출 등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넘쳐나는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사실상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여전히 가계부채 총량은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전세대출 등 실수요자 중심의 가계대출은 다소 유연하게 관리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정부가 '가계부채 연간 증가율 6%'라는 부채 총량 관리에만 집착하면서 방법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대출 규제 강화로 전세대출 등 실수요자 중심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부랴부랴 땜질식 보완책을 내놓은 금융당국의 태도에 각계의 질타도 쏟아졌다. 일관성 없는 금융당국의 태도에 정책의 신뢰도는 물론, 정부의 관리 역량에 의문을 가지는 시선도 많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총량 규제를 통해 가계대출 증가세를 막겠다고 근본적인 대책 없이 이것저것 다 막았다가, 이제는 또 전세대출은 풀어준다는 등 정책이 왔다갔다 한다"며 "금융당국의 원칙이 무너져 정책의 신뢰를 잃은 것은 물론, 정부의 관리 역량에도 의문이 간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내에 위치한 지역농협에 대출안내 현수막이 붙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