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 대검 보고 후 중단"

수사담당 장준희 부장검사 법정 증언
"지청장이 대검에 보고하지 말라 지시"
"당시 이성윤 반부패부장 지시로 이해"
"수사 중단에 검사들 격분·자괴·좌절"

입력 : 2021-10-20 오후 6:04:34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과 관련해 이규원 검사의 비위 혐의가 대검에 보고된 직후 관할 지청장이 수사 중단을 지시했다는 증언이 20일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선일)는 이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고검장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는 공익신고자인 장준희 인천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전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3부장검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장 부장검사는 처음 이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3부장검사였다. 의혹을 처음 폭로한 공익제보자이기도 하다.
 
검찰은 증인신문에서 이규원 검사 비위 혐의를 포착한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수사를 이어가지 못한 이유를 물었다.
 
장 부장검사는 지난 2019년 4월 김 전 차관 출국금지 정보 누설 관련 수사를 배당받았고, 이후 이 검사의 불법 출금 혐의를 파악해 같은해 6월 대검 반부패강력부에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대검에 일일이 수사 내용을 보고하고 승인 받은 이유는 일선청 특수 수사 부서가 피의자 입건 여부부터 기소 시기, 구형까지 대검 반부패 강력부 수사지휘과와 긴밀히 소통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안양지청 이현철 지청장과 배용원 차장검사가 대검 보고 직후 기존 태도를 바꿔 추가 수사 진행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장 부장검사는 "(이 지청장이) '대검에서 이 보고서를 보고 받지 않은 것으로 할테니, 보고하지 말라'는 취지의 말씀을 저에게 하셨다"며 "이 건은 증거가 확실하고 수사 안 하면 문제가 된다 이런 건의를 드렸고, 지청장과 차장은 결국 '대검 승인 없이 하도록 지휘할 수 없다' 이런 입장을 계속 보였다"고 했다.
 
이 지청장과 배 차장검사가 태도를 바꾼 이유에 대해서는 "저희의 지휘 부서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이기 때문에 대검 반부패강력부의 입장, 지휘 내용인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답했다. 이날 증언에서 장 부장검사는 대검 보고 이후인 2019년 6월25일 주임검사가 윤원일 검사에서 자신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장 부장검사는 배 차장검사가 '출국금지 당일 밤 검찰국장이 반부패부장에게 연락해 이 검사가 긴급 출국금지 하게 했다고 들었고 총장도 보고 받은 상황인데, 이 검사에게 책임 묻는 건 가혹하지 않느냐, 젊은 검사가 무슨 죄가 있느냐'는 식으로 말했다고도 증언했다.
 
수사 중단에 대한 검사들 반응에 대해서는 "그 당시 검사들이 상당히 격분했다"며 "아마 검사들도 제 앞에서는 다 표현하지 않았지만 주변 동료들에게는 상당한 자괴감과 좌절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했다.
 
이 고검장 측은 이규원 검사 혐의에 대한 대검 보고 방식을 문제삼았다. 변호인은 "출국금지가 위법했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그것을 작성한 사람이 형사처벌 가능한지 어떻게 보셨느냐", "출국금지 신청서가 양식과 다르다 정도 아니냐"고 물었다.
 
장 부장검사는 검사들과 논의해 처벌해야 한다고 결론 냈고, 이 사건의 경우 하룻밤만에 기록 검토와 보고서 작성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 검사 혐의에 대한 보고서에 대검 보고 계획을 포함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보고서 자체가 대검 보고용"이라고 답했다.
 
대검 보고 과정에 대한 질의도 오갔다. 이 고검장 측은 "대검 입장에서 수사 의뢰(김 전 차관 출국 정보 유출)된 것이 아닌 엉뚱한 보고서(이 검사 비위)를 (2019년 6월) 처음 받았고, 밤 9시를 넘어 이상한 경로로 왔다"고 말했다. 지청 소속 검사가 '청장님 보고용'으로 쓰인 보고서를 사진 찍어 개인 전화기로 전송했으니, 대검 측에서는 의아했다는 이야기다.
 
장 부장검사는 평소 이런 식의 보고가 아예 없지 않고, 대검 수사 지휘를 받아 수사하는 입장에서 사전보고와 승인을 받는 일이 이상하지 않다고 했다.
 
그간 이 고검장 측은 안양지청 수사를 방해한 사실이 없고, 안양지청장이 이 검사 비위를 지체없이 검찰총장과 수원고검장에게 보고했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고검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던 2019년 6월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과 관련해 이규원 당시 대검 진상조사단 검사를 수사하겠다고 보고하자, 외압으로 수사를 중단시킨 혐의 등을 받는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성윤 서울 고등검찰청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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