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후보와 유승민 후보가 20일 '전두환 옹호' 발언을 놓고 거세게 맞붙었다. 윤 후보는 해당 발언에 대해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유 후보는 이날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5차 대구·경북 TV토론회에서 "윤 후보의 역사인식이 어떻게 된 건지 궁금하다"고 포문을 열었다. 유 후보는 "'전두환 정권에서 5·18과 12·12사태를 빼면'이라고 하셨는데 과연 뺄 수가 있느냐"면서 "이것을 빼면 전두환 대통령이 대통령이 안 됐을 텐데 어떻게 빼고 평가를 하느냐"고 지적했다.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20일 오후 대구MBC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대구·경북 합동토론회에 앞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20일 오후 대구MBC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대구·경북 합동토론회에 앞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또 유 후보는 "'문재인 정권에서 조국과 부동산을 빼면 문재인 정권 잘했다' '가수 스티븐유가 병역 기피만 안 했으면 잘했다' 이렇게 말하는 것과 유사한 발언"이라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혹시 윤 후보가 '내가 제2의 전두환이 되겠다'는 생각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윤 후보는 "답변할 시간을 달라"면서 잠시 난처한 모습을 보였다. 윤 후보는 "5·18 정신이 헌법 전문에 들어가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왔고, 대학시절에도 12·12 군사반란에 대해 모의재판장을 하면서 (전두환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바 있다"면서 "제가 말하신 것에서 앞에만 뚝 잘라 말하셨다"고 해명했다.
유 후보는 이에 대해 "다 봤지만 (윤 후보가) 40년 전에 모의재판한 것인데다 모의재판은 연극"이라고 꼬집었다.
윤 후보는 "연극이라도 학생 때 역사의식을 갖고 있었던 것"이라면서 기가 막히다는 듯이 웃으며 "제 이야기는 뒤에 있다"고 재차 반박했다. 그는 "어제 말한 정치라는 것은 최고 전문가를 뽑아 맡기는 위임의 정치였다"며 "제 얘기를 다 듣고서 그런 식으로 곡해해서 계속 말 하시면 안 된다"고 항변했다.
윤 후보는 "다만 5·18 피해자분들께서 아직도 트라우마를 가지고 계서서 경선이 끝나면 광주로 달려가서 제가 과거에 했던 것 이상으로 그분들을 더 따듯하게 위로하고 보듬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또 "공직생활을 하면서도 호남 출신 후배들을 아주 따듯하게 배려했다고 자부한다"면서 "저야말로 지역감정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20일 오후 대구MBC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대구·경북 합동토론회에 앞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준표 후보도 윤 후보를 향해 "5공과 단절하기 위해 지난 30년간 참으로 피 흘리는 노력을 했다"면서 "5공 시대에 정치가 있었나. 독재만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저 보고 윤 후보 측 사람이 '5공 때 뭐했냐'고 하는데, 저는 5공 시절에 검사하면서 전두환 대통령의 형도 잡아넣었던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자 윤 후보가 "지난번 (홍 후보가) 대선 나올 때 '박정희·전두환 정부를 계승하겠다'고 하지 않았냐"고 응수하면서 서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수의 텃밭이자 책임 당원이 몰려있는 TK 민심을 의식한 발언도 잇따랐다. 홍 후보는 "악전고투할 때 이 당을 살려준 분들이 TK 시도민이었다"면서 지지를 호소했고, 윤 후보는 "대구·경북은 나라가 어려울 때 늘 호국의 지역이었다"고 추켜세웠다. 유 후보는 "늘 제가 TK 출신인 게 자랑스럽다"고 했고, 원희룡 후보는 "60년 전 가장 가난한 이 나라를 이끌기 위해 고뇌를 거듭했던 40년전 젊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떠올린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들이 20일 오후 대구MBC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 후보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준표, 원희룡, 유승민, 윤석열 후보. 사진/뉴시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