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이른바 '윤석열 검찰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당시 조성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여권 인사 등에 대한 고발을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요청한 정황이 드러났다.
MBC PD수첩은 19일 조씨의 제보로 지난해 4월3일 김 의원과 조씨의 통화내용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17분37초 분량의 이 대화에 따르면, 그날 김 의원은 조씨에게 오전과 오후 두차례에 걸쳐 전화했다. 당일 오전 10시3분 통화에서 김 의원은 "얘들(여권 인사 등)이 '제2의 울산사건'이다. 이번에는 경찰이 아니고 MBC를 이용해 제대로 확인도 안 해보고 일단 프레임을 만들어 놓고 윤석열 죽이기로 갔다.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라는 식으로 가야 한다고 조씨에게 말했다.
또 "고발장 초안을 저희가 만들어서 일단 보내드릴게요. 고발장을 (서울)남부지검에 내래요. 남부 아니면 조금 위험하대요"라고 했다.
이날 오후 4시25분 두번째 통화에서는 고발 접수처가 대검으로 바뀌고 대검 공공수사부장에게 고발장을 접수하라고 짚어줬다. 김 의원은 통화에서 "공공범죄수사부, 그러니까 옛날 공안부장 그사람을 방문하는 걸로 하라"며 "만약 가신다 그러면 그쪽에다 이야기를 해놓겠다"고 조씨에게 전했다.
김 의원은 고발장의 출처로 검찰이나 자신이 노출되면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고발장을 미래통합당에서)받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받는 것처럼 항의도 좀 하고 이런 게 있으면 왜 검찰이 먼저 인지수사를 안 하느냐는 식으로(하시라)"면서 특히 "이 고발장 요건 관련해가지고 저는 쏙 빠져야 된다"며 "제가 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고발한 것이다가 되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여기에 "전혀 다른 이미지로 가야 한다. 언론 장악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을 동원해서 가는 게 더 낫겠다. 검찰색을 안 띠고"라며 "(고발자로) 심재철 의원님 같으신 분이 좋다. 지팡이 짚고 가서 이렇게 하시면 모양새가 좀 좋은 것 같다. 투사 이미지도 좀 있고 공권력 피해자라는 느낌도 좀 오고"라고 했다.
김 의원은 고발사주 의혹이 언론을 통해 처음 제기된 이후 고발장을 검찰로부터 전달 받거나 작성해 조씨에게 넘긴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통화내용 녹음파일 공개로 김 의원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다만, 김 의원이 조씨에게 전달한 고발장이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작성한 것인지 여부는 여전히 수사 영역에 남아 있다.
김 의원이 고발장 초안 작성 주체로 언급한 '저희'가 검찰인지 아니면 그 외의 다른 사람인지는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윤석열이 시켜서 고발한 것이다'라거나 '검찰색을 안 띠고'라는 대목도 여권을 의식한 김 의원의 생각인지를 두고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지난 9월30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로부터 손 검사 등 고발장 작성 또는 김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의심되는 검사 3명의 기록을 이첩 받아 수사 중이다. 중요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된 김 의원은 국정감사가 끝나는 오는 26일 이후 공수처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성은씨와의 통화 내용이 공개된 데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눈을 감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