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민주주의, 한국에 길을 묻다)②"홍콩 민주화는 휴화산…한국, 연대 요구에 응답하라"

"홍콩은 한국 시민의 관심. 정권의 무관심 모두 기억"
12월 입법회·내년 3월 행정장관 선거 분기점
"연대하되 시혜로 생각 말아야"…정치권에도 신중한 지지 주문

입력 : 2021-10-2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한국에서 그동안 많은 (시민들의) 연대가 있었다는 걸 홍콩 사람들이 안다. 그리고 당장 이웃 국가에서 폭력적인 진압 일어나는데 한국 정부나 국회가 아무 이야기 안했다는 것도 역시 기억하고 있다."
 
민주화를 원하는 홍콩 시민과 연대해온 비영리단체 '세계시민선언'의 박도형 공동대표는 홍콩 민주화에 대한 한국 사회의 보다 적극적인 연대를 촉구했다. 박 대표는 "홍콩에서 일어난 일도 어느새 한국 이슈가 되고 한국인의 인식이 한국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며 "정치권은 홍콩 연대에 관해 시민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동안 홍콩 민주화 운동을 위해 연대해온 국내 활동가들은 <뉴스토마토> 취재 과정에서 "그동안 교류한 현지 홍콩인 중 상당수가 조직이 와해돼 연락이 끊어졌다", "잡혀갔다"고 암울해진 홍콩 내 정세를 전했다. 상현 '한·홍민주동행' 공동대표는 "홍콩인들이 마음으로는 계속 (민주화에) 나서고 있겠지만 가시적으로는 큰 행동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면서 "탄압이 워낙 강해 홍콩 사람들은 민주화 과정을 장기전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홍콩인들은 한국 등의 민주화가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은 사례를 참고하고 있다"며 "감옥에 간 사람들은 간 사람대로, 해외 망명한 사람들은 연대를 구하면서 긴 싸움을 대비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억압·회유' 투트랙으로 홍콩 장악 
 
하지만 홍콩에서 민주화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는 않았다. 정치적 자유 억압, 경제적 불평등, 홍콩 경제의 중국 종속 등 민주화 시위를 촉발한 불만 요인이 지속되거나 더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민주화 불씨를 완전히 진압하기 위해 홍콩 시민들을 정치적으로는 억누르면서, 다른 한편으로 사회경제적 불만을 해소하는 '투트랙'을 시도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지난 6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중국 접경 지역에 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홍콩 인구 750만명 중 25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지난 6일 홍콩 입법회에서 정책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사회운동 혁신 단체 '플랫폼 C'의 홍명교 동아시아팀 활동가는 지난 20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홍콩 정부가 공영주택을 공급하지 않았고, 부동산 재벌과 관료 유착관계가 심해 부동산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한 상태"라며 "앞으로 들어설 신도시에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다만 홍콩의 고질적인 불평등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국민소득이 5만달러에 이르는데 법정 최저임금은 5800원에 지나지 않는 등 불평등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는 상황이다.
 
불만 요인이 남아있어 언제든 집단행동이 터져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오는 12월 입법회 선거, 2022년 3월 행정장관 선거가 분기점이다. 시위가 일어나든, 선거로 민심이 어느 정도 반영되거나 아예 보이콧이 일어나는 등 여파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예정이었던 입법회 선거가 올해로 연기된다는 발표 후, 수백명 이상이 시위를 해 최소 289명이 체포된 사례가 있다.
 
"홍콩 시민과 동료 의식 가져야"
 
활동가들은 홍콩의 민주화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한국 사회, 더 나아가 정치권이나 정부의 연대를 촉구했다. 연대를 마치 시혜인 것처럼 생각하지 말고 보다 '스마트'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주문도 덧붙였다.
 
상현 공동대표는 "홍콩 사람들이 한국의 민주화 역사를 참고하는 부분이 있겠지만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게 좋다"며 "홍콩 내 시위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불린 것도 그동안 홍콩인들이 한국인들과 교류해온 시간이 쌓여와 가까움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내에서 민주노총에 대한 탄압이 있었 때는 홍콩 시민사회가 연대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박 공동대표도 "홍콩인들은 자신들이 한국 민주주의를 배운다거나 한국이 민주주의를 전파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손을 잡고 민주주의를 위해 걸어가는 사람들일 뿐"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치권이 홍콩 민주화에 진정으로 도움될만한 의제를 던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홍 활동가는 "정치권에서 친중과 반중으로 갈리는 와중에 홍콩 이야기를 하는 건 홍콩에 딱히 도움이 안된다"며 "상대 정당에 대해 평소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 홍콩을 활용하는 게 아니라 홍콩 사회에 관심 갖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독립 이슈는 홍콩 사람 사이에서도 이견이 분분할 뿐 아니라 논리적으로 먹히지 않는다"며 "홍콩인들이 자신을 중국인이 아닌 홍콩인이라고 생각하는 비중이 높지만, 이는 독립보다는 일국양제 지지"라고 설명했다.
 
홍 활동가는 "인권, 언론 자유 등은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보편적인 기준"이라며 "보편적인 기준에 준거해 정치권도 연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과 장기적인 과제 '투트랙'을 동시에 시행하자는 방안도 나왔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은 "한국에 공부 또는 생활을 하기 위해 오는 이들이 시민으로서 자유와 권리를 인정받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정치적 망명과 난민인정에 적극 나서고 정치권도 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면서 "중국 정부와 시민들과도 함께 평화롭고 민주적인 동아시아 공동체 건설을 해나가 수 있도록 한국 정부·정치권·시민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방향을 찾으며 논의하고 실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난 2019년 6월 4일 홍콩대학생들이 톈안먼 희생자를 추모하는 '수치의 기둥'을 청소하는 모습. 사진/AP=뉴시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뉴스토마토 기획취재팀 최병호·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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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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