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해외 철강사들이 '친환경 제철소'를 향한 도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철강 강국인 일본과 독일의 제철소들은 수년 전부터 수소환원제철 상용화를 위해 정부와 손을 잡고 기술을 개발 중이다.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하면서 철강사들의 친환경 대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고 있다.
26일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철강 1톤(t)을 생산하는 데 발생하는 평균 이산화탄소량은 1.83톤에 달한다. 세계 철강산업은 지구 전체 탄소배출량의 9%를 차지하는데, 이는 대부분 고로(용광로)에서 나온다.
철강 주요 생산국들의 이산화탄소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일본 전 산업에선 386억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됐는데 철강산업은 이중 40%를 차지했다. 이는 일본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4%에 달하는 규모다. 독일 철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가 전체의 5%를 차지한다.
철강은 환경 오염의 주범이지만 자동차, 건설, 조선 등 다양한 산업에 쓰이는 필수 원자재라 생산량을 줄이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보다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철강을 생산하는 것에 세계 각국이 집중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술 개발과 설비 전환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기 때문에 선진국들은 정부 주도로 철강 생산 혁신에 나서고 있다.
지난 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1 수소모빌리티+쇼' 포스코 부스에 전시된 수소환원제철 모형. 사진/포스코
일본, 정부 프로젝트로 '수소환원제철' 연구
일본 주요 철강사 일본제철, JFE스틸, 코베제강 등은 2008년부터 정부 주도 아래 진행 중인 'COURSE50(CO2 Ultimatie Reduction System for Cool Earth 50)'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이는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30%를 감축하기 위한 저탄소제철 기술 개발 프로젝트다.
참여 중인 철강사들은 우리나라 포스코처럼 수소환원제철과 이산화탄소 분리·포집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산화탄소 분리·포집 기술은 고로 가스의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것을 막고, 이후 필요한 곳에 사용하거나 해저 깊은 곳에 저장해 대기에 흩어지지 않도록 처리하는 기술이다.
일본 철강사들은 프로젝트를 통해 철강 생산 원료인 석탄(코크스) 대신 바이오 가스를 활용하는 제철 기술도 개발 중이다.
일본제철은 고로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전기로 설비도 확대한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발표한 환경대책에서 대형 전기로를 일본 내에 2030년까지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치할 전기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고로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 전기로는 일본에 있는 설비 중 가장 큰 400만톤 규모로, 현재까진 도쿄제철이 보유한 250만톤 전기로가 가장 크다. 전기로는 전기를 사용해 철 스크랩(고철)을 녹여 쇳물을 만들기 때문에 기존 고로 방식보다 친환경적이다. 다만 전기료가 많이 들고 품질이 다소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1용광로에서 쇳물을 생산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독일도 '통 큰 투자'…중국은 소극적 친환경
독일 정부는 지난해 7월 철강산업의 친환경 전환과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2024년까지 탄소 저감 프로젝트에 50억유로를 쏟아붓는다.
독일 주요 철강사인 티센크루프는 정부의 지원에 따라 2016년부터 추진 중인 'Carbon2Chem 프로젝트' 연구를 지속할 방침이다. 이 프로젝트는 철강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암모니아, 메탄올, 고분자, 알코올과 같은 화학 물질로 가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프로젝트가 상용화하면 독일 산업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약 10%를 친환경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독일 철강사 잘츠기터는 지난해 지멘스 가스&파워와 풍력을 이용해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그린수소는 물을 전기분해해 얻는 수소로,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아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수소로 불린다. 잘츠기터는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수소를 활용할 수 있도록 수소환원제철소도 건설할 예정이다.
세계 1위 철강 생산국 중국의 경우 일본, 독일보다는 소극적인 방법으로 탄소 배출 저감에 나서고 있다. 특히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대기질 개선을 위해 올해 철강 산업의 탄소 배출량을 평소보다 20% 절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 정부는 철 스크랩과 전기로 사용 비중을 확대하는 것부터 시작해 우리나라보다 10년 늦은 2060년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